Special Report 일본의 해상탄소중립 대응 현황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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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48회 작성일 24-02-15 15:19본문
Ⅰ. 일본 조선 및 해운업 현황
1. 조선업
일본 조선업은 80년대 말까지 두 차례의 구조조정 이후 2000년대 들어 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10% 내외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일본 조선산업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용접공법을 개발 및 적용하며 생산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을 장악했으며, 1990년대까지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70년대 초 1차 석유파동과 함께 시작된 장기간의 조선업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80년대 말까지 2차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스스로 산업의 규모를 축소, 심지어 R&D 및 설계인력까지 대부분 퇴출시켜 발전 가능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90년대 중반 이후 시황이 회복되고 2000년대 들어 사상 최대의 호황국면을 맞았으나 시장점유율이 중국에도 밀리며 급락했고, 특히, 기술인력의 부재로 대형화, 효율화 등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며 경쟁력이 크게 하락하게 되었다.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으로 2015년을 전후하여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하며 최근 10% 내외의 수주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일본 조선업은 높은 자국 선주 수주 비중으로 내수산업화 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3년간 일본 조선산업은 약 56%의 자국 선주 물량을 수주하며 절반 이상을 내수에서 일감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선박보유량 3위를 차지하는 일본 해운산업계는 조선산업계와 오랜 전통적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조선업계가 많은 난관 속에서도 산업을 지속할 수 있는 큰 원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조선산업은 인력난과 재투자의 어려움 등 조선업 재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 의지와 우수한 기자재산업의 뒷받침 등의 강점도 존재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 역시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젊은 층의 취업기피로 인력난을 겪고 있고 새로운 인재영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역시 젊은 층으로부터 조선업은 힘들고 임금이 낮은 기피업종으로 인식되어 자국 내에서 유능한 기능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인력난을 겪는 중이다. 또한, 80년대 구조조정 이후 전국 주요 대학의 조선공학과가 연구분야와 이름을 바꾸는 등 실질적인 기술인력을 업계에 공급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친환경, 디지털 등 새로운 기술분야와의 접목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이를 담당할 인재 영입 역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는 시장에서 축소되는 입지와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감한 설비의 재투자가 어려우며, 기존 시스템의 고수로 생산성 혁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쟁력 제고 역시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국 조선업이 무너질 경우 자국 내 해상물류의 수단인 선박을 중국 등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는 국가 안보에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조선산업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끊임없이 추진중이다. 또한, 대형 조선산업국으로서 필수적 환경인 조선기자재 산업이 여전히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아직까지 조선업의 잠재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 해운업
일본은 선박 보유량 기준 세계 3위로 환경규제 논의가 본격화된 2010년대 이후 보유량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UNCTAD의 2023년도 발표에 의하면, 일본은 총 2억 3,767만dwt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리스, 중국에 이어 세계 3번째를 기록했다. 일본의 선박 보유량은 과거 2010년에 그리스와 거의 차이 없는 2위를 차지했으나 2010년대 선박 보유량 증가율을 낮게 유지하며 점유율이 하락했고, 일대일로 전략 이후 공격적인 선박투자를 진행해온 중국에 밀려 2021년 이후 3위를 기록했다. 2010년초 대비 2023년초 선박 보유량은 그리스의 경우 111% 상승해 연평균 5.9%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중국은 동 기간 189% 올라 연평균 8.5%의 높은 증가 속도를 나타냈다. 반면, 일본의 경우 동 기간 26.9% 상승에 그쳐 연평균 2.0%의 낮은 증가 속도를 기록했다.
또한, 톤수기준 점유율에 있어서 그리스가 장기간 16~17%대의 점유율을 유지했고, 중국은 2015년 9.1%에서 2023년 13.4%까지 상승한 반면, 일본은 동 기간 13.3%에서 10.5%로 하락했다.
그리스와 중국, 일본의 톤수 기준 점유율은 17.4% : 13.4% : 10.5%로 각 차순위국과 3~4%p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선박의 가치 기준으로는 11.8% : 11.0% : 10.7%로 3국 간의 큰 차이는 없었다. 이는 노후선의 비중이 3개국 중 그리스가 가장 높고 그 다음 중국, 일본 순으로, 중고선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처분하고 신조선을 매입하는 일본의 투자 관행으로 인해 일본이 가장 낮은 선령의 고품질 선박 보유 비율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일본이 톤수 기준 선박 보유량을 크게 늘리지 않으며 점유율이 하락한 것은 해상환경규제 국면에서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높은 대안에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며 신중함을 유지하는 것이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일본 해운산업에는 세계적인 운항선사도 존재하나 그리스와 같이 용대선을 전문으로 하는 선주사의 비중도 높다. 일본 해운업계에는 NYK, MOL, K-Line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운항선사가 존재하며 우리나라 선사 대비 규모가 큰 수준이다. 또한,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발달하지 못한 용대선 전문 선주사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5대 선사 중에도 이마바리조선 자회사인 SKK와 Nissen Kaiun 등 2개사가 포함된다.
Ⅱ. 일본의 탄소중립 정책
2020년 일본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2021년 6월 “2050 탄소중립에 따른 그린성장전략”(이하 “그린성장전략”)을 발표했다. 그린성장전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2050년 일본 사회의 탄소중립 실현이다. 구체적 목표는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의 저감하고 2050년까지 100% 줄인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 실현으로는 비전력 부문과 전력부문으로 나누어 각각의 적절한 조치와 대안을 활용하며 배출 감축과 흡수(CCUS 등)를 통해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비전력 부문은 2030년까지 규제와 지원을 동시에 시행하며 에너지 절약과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기초를 다지며, 이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수소, 암모니아, CCUS 등의 대안을 적극 활용하여 온실가스 넷제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력부문은 주력 전력원으로소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고 원자력 정책을 재구축하며 원자력 활용 수소(pink 수소)와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 CCUS 등을 통해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동 전략에서 국가의 역할은 구체적이고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예산 등 정책 툴을 활용해 민간기업의 도전 가능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투자를 유도하며 탈탄소와 성장을 도모하고,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14대 중점분야를 선정하고 도전적인 목표와 기술수준 향상에 따른 액션플랜을 지속적으로 개정 및 시행하며 중점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이들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경제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이 중 선박이 포함되어 있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소 및 암모니아연료 분야도 포함되어 이들 분야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되었다.
전략을 실현시킬 정책 도구로 ①예산, ②세금, ③금융, ④규제혁신 및 표준화, ⑤국제협력, ⑥대학과의 연계, ⑦2025 일본 국제 박람회, ⑧청년워킹그룹 등 8가지를 제시했다. 예산으로는 2조엔의 그린혁신기금을 조성해 비영리 행정법인인 NEDO4)에 예치하여 10년간 관련 활동을 지원하도록 했다. 세금 정책으로는 탄소중립 관련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결손금 이월공제 상한 확대 등을 시행하고 탄소중립 관련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상한을 법인세의 25%에서 30%로 확대하는 등 관련 기업 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
금융 정책으로는 그린본드 발행을 재활성화하고 3년간 1조엔의 융자에 대한 성과기반 이자 보조 정책을 운영하며, 2021년 JBIC에 해외 인프라와 해외사업을 위한 포스트 코로나 성장 Facility를 마련하고, DBJ에 그린투자촉진펀드를 설립했으며, 규제혁신 및 표준화는 탄소중립 신기술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 강화, 신기술을 상정하지 않은 불합리한 규제의 혁신, 신기술 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국제 표준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 미국, 유럽, 아시아와의 협력, 대학의 관련 인재양성 및 연구 협력, 2025 오사카·간사이 국제박람회를 통한 이미지 홍보, 젊은 세대에 의한 논의 지속 노력 등을 정책적 도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린성장전략에 따라 조성된 2조원의 기금은 NEDO의 관리하에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있다. ’23년 5월 개정된 그린이노베이션기금의 자금배분 방침에 의하면 ①그린전력의 보급촉진, ②에너지 구조전환, ③산업구조 전환 등 3개 분야에 걸쳐 20개 프로젝트를 지원 중이다. 20개 프로젝트 중 해상탈탄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프로젝트로는 차세대 선박 개발, 대규모 수소공급망 구축,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수소제조, 암모니아연료 공급망 구축 등이 있다.
개정 시점에서 배정된 예산은 총 2조 7,564억엔(약 25조원) 규모이며 이중 3천억엔을 유보금으로 설정해 프로젝트의 진전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향후 투입 여부를 결정하고 나머지 금액을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직접 지원했다.
지난 9월 발표된 그린이노베이션기금의 산업현황을 살펴보면 ‘23년 9월 현재 1조 8671억엔(약 17조원)의 지원이 결정된 상태이다. 일본의 탄소중립 정책은 그린성장전략에 그치지 않고 ’23년 7월 산업 및 사회의 녹색 전환(GX5))을 위한 “탈탄소 성장형 경제구조 이행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동 전략(이하 “GX 추진전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국의 낮은 에너지 자급률로 인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어 안정적 에너지 확보와 GX를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하며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GX를 추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에너지 수요 측면에서는 에너지 절약 지원을 강화하고 그린성장전략의 주요 14대 분야에서 지원이 어려운 철강, 화학공업 등을 포함한 5대 산업의 비화석 에너지 전환을 지원한다. 그 외에도 그린성장전략의 14대 중점분야를 포괄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율 36~38% 확보를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원자력의 활용과 안전기준을 강화하며 암모니아와 수소의 생산 및 공급망 구축을 위해 기존 연료와의 가격 차이에 대한 지원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 외의 주요 정책은 그림5와 같다.
일본 정부는 GX 추진전략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새로운 금융을 모색하는 등 대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을 계획하고 있으며 배출권 거래제와 탄소부과금 등의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동 추진전략의 이행을 위하여 150조엔(약 1,36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민간의 투자가 아직 어려운 분야에 대해 정부가 먼저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며 투자대상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비화석 에너지, 다배출 산업의 산업구조 전환, 에너지 효율화, 기술개발 등 넓은 분야에 걸쳐 있다. 이러한 자금 확보를 위하여 소요자금 150조엔 중 20조엔을 10년간 “GX 경제이행채”라는 이름의 국채를 발행하여 조달할 예정이며, 국채의 상환 방안으로서 배출권 거래제와 유상할당 제도를 추진하며 탄소부과금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23년부터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GX 리그를 시범 실시한 후 동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부터 본격적인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며 초기에 무상할당을 실시할 예정이나 2033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유상 비율을 높여나가는 유상할당제도를 추진하겠다 밝혔다. 탄소부과금은 GX 투자동기를 촉진하기 위해 방침을 미리 제시하는 방식으로 2028년부터 시행하며 화석연료 수입업자 등을 대상으로 낮은 부담으로 시작한 뒤 서서히 인상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정책의 시행에 대해 기업의 부담 가중이라는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며 가급적 초기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나 국채 상환 재원 등의 확보를 위한 정책의 변화를 단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의 자금 조달 방안으로서는 새로운 이행금융 활성화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자세한 상품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은 정책설명 자료에서 구체적인 수준까지 제시하지 않았다. 우선, 녹색채권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자금조달자의 적극적 발행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하며 자국 내 녹색채권 거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GX에 대한 민간의 높은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공적자금과 민간자금이 함께 투입되는 혼합금융 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위한 민관 협력 노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이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의 참여 및 지지기업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점에 착안해 기업의 탈탄소화 정보공개에 기반하여 금융기관의 대화를 확대하고 탈탄소화 혁신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는 지속가능 금융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GX 추진전략에는 막대한 자금이 신규 투입될 것으로 점쳐지며 이에 대한 조달 계획 역시 구체화된 수준은 아니나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녹색금융 분야의 발전적 성과도 예상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 정부의 탄소중립 대응 방안은 에너지, 산업, 민간 부문까지 전 분야에 걸쳐 구제적으로 계획 및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막대한 지원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추진 계획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기반으로 한 탈탄소 에너지를 통해 자국의 에너지 자급률을 제고하고 산업의 녹색전환을 촉진함과 동시에 성장전략을 모색하며 민간의 에너지 소비 저감과 효율화 촉진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 투입되어야 할 막대한 자금을 정부가 이미 조달하였거나(그린이노베이션 기금) 조달 계획(GX 경제이행채 등)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탄소중립 대응 정책은 자국의 취약한 에너지안보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면서도 녹색 전환을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여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성장전략을 모색한다는 점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
Ⅲ. 일본의 해상탄소중립 대응 현황
1. 청정연료 관련 대응 현황
일본의 청정 대체연료 정책은 일본 정부의 “수소기본전략”에 근거하고 있다.
수소기본전략은 관계 각료회의에 의해 2017년 제정되어 2023년 개정되었으며 개정에는 세계수소시장 진출과 최근 일본 정부의 탈탄소 전략 등이 반영되었다. 동 전략에서 수소는 암모니아, 합성메탄, 합성연료 등 수소를 원료로 하는 저탄소 및 무탄소 대체연료를 포함하는 광의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동 전략의 배경에는 석유·가스에 의존하는 현재 일본의 에너지안보 상황은 항상 위태로운 반면, 수소는 재생에너지 투자 등에 따라 자국 생산도 가능하며 호주 등 인도태평양에서 다양한 공급처가 확보될 수 있어 적극적인 투자 및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또한,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부담이 큰 지속가능성의 고민에서 자유롭고 탈탄소의 세계적 조류에도 부응할 수 있으며 카본프라이싱 등의 제도 활성화를 통해 환경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전환될 경우 경제적 효율성도 달성할 수 있는 기대감이 높다.
일본은 자국의 수소 관련 기술이 타국에 비해 앞서 있어 이러한 탄소중립 국면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동 전략에서는 암모니아를 포함한 수소의 도입 목표를 2030년 연간 300만톤, 2050년 1,200만톤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2023년 개정판에서는 2040년 1,200만톤 도입 목표를 추가했다. 도입 목표는 향후 수요 확산 등을 고려하여 재검토 실시를 명시했다.
동 전략의 수소공급 비용(CIF 기준) 목표는 2030년 30엔/Nm3, 2050년 20엔/Nm3, 암모니아 공급비용은 수소환산 기준 2030년 Nm3당 10엔대 후반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2023년 3월 일본의 LNG 도입 수소환산 비용은 24엔/Nm3으로 최근 화석연료가격과 유사한 수준이다.
수소기본전략(안)의 수소산업 전략은 수소공급을 포함한 5종의 활동에 중점을 두고 지원할 것을 명시했다. 수소산업 전략으로 시장의 규모가 크고 상승속도도 빠르며 일본이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의 관점에서 ①수소 공급, ②탈탄소형 발전, ③연료전지, ④수소의 직접 이용, ⑤수소 화합물의 활용 등 5개 분야에 중점적 지원할 계획이다.
수소 공급 계획은 제조와 공급망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수소 제조는 수전해 장치와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비용 저감,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수전해 신기술 실증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수소 공급망 구축은 액화수소 운반, 수소 캐리어로서 암모니아의 활용 등 여러 기술이 검토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검토와 연구개발 지원, 국내 지역 특성에 따른 최적의 국내 공급체인 구축, 액화수소 운반선의 실증을 통한 안정적 해상수송책 확보 등이 포함되었다.
공급망 구축에는 지금까지의 자원 외교에서 축적한 협력 관계에 더하여 수소·암모니아 자원국과의 관계 강화, 북미, 중동, 호주, 아시아 등 국제 공급망 구축과 거점 정비를 구체화했다. 수소 공급망 구축에는 향후 수소가격 하락, 수요 전망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보험의 신규 참여를 촉구하거나 공공기관 등이 리스크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여 금융조달이 용이한 환경을 조성했다. 원료조달 리스크,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장기 회수 리스크 등의 부담을 위해 JOGMEC법을 개정하여 출자와 보증을 통한 수소·암모니아 제조와 저장설비 구축을 지원하도록 하며 CCS에 대해서도 지질구조 조사, 기술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제협력은행, 일본정책투자은행, 일본무역보험, 향후 설립될 GX 추진기구 등을 통한 다양한 공적자금에 민간자금을 조합하여 대규모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의 기회를 늘리고 자금을 동원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공급망 구축에 향후 15년간 15조엔(약 136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탈탄소형 발전 활동을 통해 기존 발전설비를 활용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저감할 수 있는 암모니아 혼소 등 국제 기준의 연소기 개발 등을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통해 지원하고 보급했다. 또한, 공급체인 전반에 걸친 비용절감 노력을 지원하고 수소·암모니아 공급체인 구축과 탈탄소 전원 경매 등과의 제휴를 일체로 지원했다. 연료전지 관련 활동은 상업화를 위한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고 자국이 세계의 연료전지 허브가 되도록 육성하며 부품 및 소재산업의 제조능력 증강을 추진하는 것이다.
연료전지의 비용 저감을 위해 항만, 공업단지, 시범도시 등 대규모 수요 창출을 지원하고 자동차, 철도, 선박의 적용 기술개발과 실증도 하고 있으며, 또한, 가정용, 업무용, 산업용 수요에 대한 비용 저감, 효율 향상 등의 기술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수소의 직접 이용을 위해 철강산업의 수소환원제철, 탈탄소형 화학제품 제조기술 개발, 수소·암모니아 연료추진선 등의 기술개발, 실증 및 보급하고 있다.
수소화합물의 활용 부문에서는 암모니아연료 합성의 국내 기술 확립 및 실증 지원, 이산화탄소의 재활용을 통한 합성 메탄 및 합성연료의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는 이들 연료를 가정이나 중소기업에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도록 촉구하고 항공업에서 2030년까지 10%를 합성연료로 대체할 것을 목표로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일본은 실제로 액화수소의 공급망 구축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호주와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운반선을 건조하는 등 어느 나라보다 액화수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과 호주는 5억 호주달러(약 4,410억원)를 투입해 공동으로 액화수소 공급망 파일럿 프로젝트인 HESC(hydrogen energy supply chain)를 기획하고 수행했다.
호주는 빅토리아주에 위치한 제조공장에서 갈탄과 바이오매스 등으로부터 순도 99.99%의 수소를 제조하여 항만까지 파이프라인으로 보낸 후 액화해 선박에 탑재함으로써 제조와 파이프라인 운송, 액화시스템, 로딩시스템 등을 시험 및 실증했다.
일본은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 운반선인 Suiso Frontier에 액화수소를 싣고 약 2주의 항해 후 고베에 위치한 인수기지에 하역하고 저장해 운송과 저장시스템을 시험 및 실증했다. 일부 문제점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대체로 시험은 성공적으로 평가되었으며, 일본은 그린이노베이션 기금 2,100억엔(약 1조 9천억원)을 HESC 상업단계에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50CuM급 중소형 액화수소운반선 Suiso Frontier호의 운항경험을 토대로 160,000CuM의 대형급 모델을 개발했으며 최근 일본 선급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하고 향후 상용화할 계획이다.
2. 선박 관련 대응 현황
2020년 일본 정부와 해사산업계는 제로에미션 로드맵을 작성하고 해상탄소중립을 향한 장기 계획과 전략을 수립했다.
로드맵은 일본 국토교통성과 해사산업 각 협회, 해사기관, 대학 및 연구단체 등 15개 기관이 참여해 합동으로 작성했다. 로드맵에서는 현재 거론되는 대체연료와 추진시스템 등을 평가해 일본 해사산업계 입장에서 목표한 탄소저감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수소, 암모니아 연료, 합성메탄, 선상 탄소포집(on-board CCS) 등을 장기적 전략 대안으로 꼽았으며 풍력추진 시스템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2028년까지 90%의 탄소저감이 가능한 기술개발이 가능하며 중장기적으로 무탄소 추진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은 대안이다. 합성메탄의 경우 증가하는 LNG연료추진선의 경제적 활용을 위한 대안으로 카본리사이클을 기반으로 한 메탄 사용을 의미하며 이는 수소 및 암모니아 연료 인프라가 미흡한 경우의 시나리오 하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드맵에는 1세대 제로에미션 선박의 2028년 이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엔진 및 관련 기자재,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소형 연안선으로부터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해 원양상선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1세대 제로에미션 선박의 상용화 종료 후 2030년대 이후 개발된 선박을 확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작성된 로드맵의 내용은 2021년 이후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의 차세대 선박개발 등에 대부분 반영되어 일본 해상탄소중립 계획의 기반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작성 시점이 IMO의 중기전략 수정 이전이므로 중기전략에 따라 목표치가 강화되거나 일정이 조정되는 등의 개정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해상탄소중립 대응은 국토교통성이 주도하는 해사클러스터 정책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자국 산업의 약점을 보완하며 효율적인 대응 체계로 평가된다.
해운업과 조선업의 정책이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원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이들 산업정책 담당이 국토교통성 해사국으로 일원화되어 있으며 이는 해사산업 전체를 통합하여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일본은 선박의 스마트화와 탈탄소화 정책을 일본 해사클러스터를 통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조선업의 약화된 기술개발 역량을 해운업계나 기자재업계, 대학 등 연구기관과 해사기관 등이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사클러스터는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계기로 해운업의 요구에 조선업이 부응하고 여기에 필요한 기자재산업과 금융 등 각종 지원서비스 산업이 지리적으로 인근에서 동반 발전하며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지리적 해사산업 네트워크를 의미하고 있다.
일본 역시 해사산업 발전의 역사를 통하여 지역적으로 여러 곳의 해사클러스터가 발달했는데, 일본 정부는 2000년을 전후하여 자국내 조선업, 해운업, 조선기자재업 등 관련 산업을 통합한 일본 해사클러스터 개념을 만들고 정책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국토교통성)는 자국내 조선사, 해운사(운항사 및 선주사), 조선기자재사, 연구기관, 선급 등 해사기관, 필요에 따라 관련 서비스사 등으로 해사클러스터를 구성하고 통합적 논의와 조정을 거쳐 정책 입안, 국제적 대응전략 수립, 연구개발 사업 등을 실행했다. 중요한 해사산업계의 지원정책 수립과 실행에 일본 해사클러스터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국에 유리한 EEXI 규제를 입안해 IMO에 제안하고 이를 통과시켜 세계적으로 시행되도록 한 실적이 있다.
또한, 자국 조선사들의 R&D 역량 부족으로, 각 사의 인력을 통합하거나 연구개발 과제를 해운사, 기자재사, 선급, 각 연구기관 등과 함께 역할을 분담해 협력적, 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주도하여 일원화된 과제를 수행하는 것과 유사한 효율적인 연구개발 투자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정부 주도 및 조정에 의한 연구개발 체제를 갖춘 상태에서 일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근거한 막대한 투자 및 지원이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될 예정이므로 일본의 차세대 탈탄소 선박 개발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가적 선박 도입 체계 구축도 가능하다.
앞장에서 살펴본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에서 차세대 선박은 무탄소 선박 개발과 상용화 등에 최대 350억엔의 지원 예산이 확정되어 있으며 이미 과제 채택이 종료되어 개발이 진행 중이다. 동 기금의 14대 분야 중 하나인 선박 분야에서는 크게 3가지의 사업이 계획되었으며, 첫 번째는 무탄소 선박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과제로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거리 및 소형선박의 수소연료전지 및 배터리 추진시스템의 개발 및 보급하는 것이다. 장거리 대형선박의 경우 수소/암모니아 연료엔진 개발, 관련 연료 탱크 및 연료공급시스템 동반 개발한다.(2021년 내 착수) 2025년까지 무공해(무탄소) 선박의 실증사업 착수 후 기존 목표 연도인 2028년보다 조기에 상업운전을 성공시킨다.
두 번째는 저탄소 선박의 도입과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한다. 2023년부터 EEXI나 CII 등 선박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IMO의 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기존 저효율 선박을 에너지 절감 또는 저탄소 선박으로 대체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2021년말까지 연안해운의 탄소중립 촉진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과 이니셔티브를 추진한다.
세 번째는 LNG연료추진선의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을 촉진한다. LNG연료추진선에 저속운항과 풍력 보조추진장치 등을 결합해 CO2 배출 86% 저감하고, ’21년 중 온실가스배출저감 엔진 개발에 착수하고 공간효율 개선연구, 혁신적 연료탱크와 연료공급장치 개발, 생산기반 구축 등을 촉진시킨다.
’23년 9월에 작성된 그린이노베이션기금 프로젝트 추진현황(グリーンイノベーション基金プロジェクトの進捗状況)에 의하면 차세대 선박개발 프로젝트 예산액은 최대 350억엔(약 3,200억원)으로, 이미 ‘21년 10월에 과제공모와 채택까지 완료되어 현재 수행 중이다. ’23년 2월에 작성된 국토교통성의 자료에는 이와 관련된 기술개발 프로젝트와 참여기관이 그림9와 같다.
전체적인 일정은 기술개발, 실증, 상용화 및 도입 등을 포함하여 2050년까지 계획되었다.
GX 추진전략 정책에 의해서도 선박에 대한 3조엔 규모의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질 계획이다. GX 추진전략에서 제로에미션 선박 사업에 대한 내용은 기존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통해 개발된 무탄소 선박의 보급과 생산기반 구축, 인력 양성, 규제 및 제도 정비, 국제협력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으로 개발된 수소 및 암모니아연료추진선과 기존 개발된 연안용 전기 추진선 등에 대한 보급과 도입 사업에 2.9조엔(약 26.5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수소연료추진선, 암모니아연료추진선, 암모니아 운반선, 액화CO2운반선 등의 생산기반 구축에 0.2조엔(약 1.8조원), 대체연료추진선 탑승 선원 양성을 위한 시뮬레이터 개발과 도입 등에 25억엔(약 228억원)의 투자를 계획했다. 그 외에 IMO 등 국제규정의 규제적 조치에 대응하면서도 경제적인 운영 방법에 대한 연구와 각종 안전기준의 정비, IMO 논의의 주도, 그린코리도 등에 대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나 구체적 투자 예산은 책정하지 않았다.
일본은 장기적 전략추진 외에도 단기적인 해사산업의 지원책으로 “해사산업강화법”을 제정해 금융과 세계 혜택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1년 5월 공표된 동 법안은 자국 선사가 자국 조선사에 친환경 선박을 발주할 경우 조선사와 해운사 양쪽에 장기 저리의 금융과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조선사의 경우 “사업기반 계획”을 작성해 심사를 거쳐 인정된 조선소에 동 제도의 혜택이 주어지는데 약 30여 개의 일본 유명 조선소 대부분이 심사를 통과하여 명단에 등재되어 있다. 선사는 LNG연료추진선을 포함한 친환경 선박을 건조한다는 내용의 “특정선박 도입계획”을 정부에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인정되면 조선소, 선사 모두 지원을 받게 되는 이중 지원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금융지원은 정부재정이 정책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여하고 정책금융기관이 민간 금융기관에 융자한 후 이를 기업에 장기 저리로 지원하는 정부재정 투입 방식과 민간 금융기관이 협조융자 성격의 장기저리 융자를 제공하는 방안 등 2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제 혜택은 선박의 등록면허세, 조선소의 부동산 관련 세금, 각종 수입관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금에 대해 17~80%를 감면해주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해사산업강화법에 의한 지원제도는 자국 선사와 조선소의 1척의 선박 건조 거래에 대하여 조선사, 선사 양쪽에 건조 자금을 지원하는 이중 지원구조로, 재정이 투입됨에도 과감한 지원이 이루어져 일본 정부의 해사산업 지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국토교통성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동 제도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면 자국의 친환경 선박 도입에 의한 해상탄소중립 대응 지원보다는 약화되는 조선업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 GX 추진전략에 계획된 수소·암모니아연료추진선, 전기추진선 등 도입에 투자될 2.9조엔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자국 조선소에 집중적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높아 GX를 기회로 대대적인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것으로 추정된다.
3. 해운 및 조선업계 대응 현황
일본 조선업계는 정부의 지원 하에 연구기관과 함께 차세대 친환경 선박개발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조선업계의 탄소중립 선박개발 등에 있어서 특이한 동향은 눈에 띄지 않으나 연구개발능력을 상실한 만큼 정부의 주도하에 자국내 연구기관이나 선급 등과 함께 공동연구개발에 참여하며 정부 정책에 호응해 탄소중립 선박 개발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선박의 탄소중립 전략을 수소 및 암모니아, LNG의 효율성 제고와 메탄슬립 저감, CCS 등으로 방침을 정한 만큼 자국 관련 업계와 협력하며 이들 분야의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와사키중공업의 액화수소운반선 개발은 세계적인 성과로 평가되며 이 역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일본 해사산업계 및 에너지업계의 공동노력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정책적 추진과 조선업계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등은 조선업계가 점차 경쟁력을 상실하면서도 탄소중립 국면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대응에 있어 핵심 요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업계의 대응은 대형사들이 대체연료추진선박의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려는 의도가 관찰되나 일본 전체의 신조선 투자에 있어서는 느린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양대 선사인 NYK와 MOL의 최근 3년(2021~2023)간 신조선 건조 실적을 살펴보면 양사 모두 톤수(dwt) 기준으로 30%대의 LNG연료를 채택하고 있으나, 약 60% 내외의 선박을 여전히 전통적인 석유연료추진에 투자하고 있다. LNG 연료 외에는 소수의 메탄올과 전기추진선 등이 있으며 LPG선은 100% LPG 이중연료를 채택했다.
양사의 발주잔량 목록을 살펴보면 LNG연료 채택률이 급격히 높아지는데 발주잔량이 최근 2년여간 발주한 물량임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양사의 LNG연료추진선 운영 전략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발주잔량 중 톤수 기준으로 LNG연료추진선의 비중은 NYK는 74%, MOL은 90%에 이르며 양사가 석유연료만을 채택한 비중은 NYK는 17%, MOL은 3%에 불과한다.
그러나 이들 양대 선사와 달리, 데이터를 일본선주 발주잔량 전체(NYK, MOL 제외)로 확대하면 여전히 85%(톤수기준)의 선박이 석유연료만을 채택하고 있다. LNG연료의 채택률은 약 12%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이들 양사가 정부의 전략 수립 논의에 적극 참여하며 향후 합성메탄의 사용과 메탄슬립 저감 연구, CCS의 적용, 풍력 등 보조 동력을 활용한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LNG연료 사용을 장기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한 결과로 추정된다.
반면, 이러한 정책적 방침이나 관련 지원이 일본 해운업계 전체로 파급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거나 혹은 업계 전체에 영향이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일본 해운업계는 수소·암모니아의 생산과 공급 및 활용을 골자로 하는 자국 정부의 수소기본전략에 호응하며 암모니아와 수소의 선박연료 적용기술 발전에 따라 투자방향의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 정부의 수소기본전략과 그린이노베이션 등을 토대로 한 선박 탄소중립 방향은 장기적으로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것이며 LNG 역시 수소를 활용한 합성메탄을 기반으로 장기간 운영하려는 계획을 명시하고 있다.
메탄유출로 세계적인 환경단체들의 공격을 받으며 선박 시장에서 발주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LNG연료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의 정책은 다소 배치되는 면이 있으나 합성메탄과 다른 보조적인 기술을 적용하며 전략적으로 끌고 있는 정책은 기업의 호응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부터 LNG수요 1위 국가로 많은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일본으로서는 LNG연료의 활용이 유리한 측면이 있으며, 이에 따라 청정수소를 활용한 합성 메탄으로 탄소중립에 이르려는 전략을 대형 해운사들이 합리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일본 정부와 업계는 풍력, CCS, 메탄슬립 저감 기술 등을 동반해 적용하면 2040년 이후까지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해당 기간의 탄소저감 목표를 달성할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서 판단하고 있다.
2022년부터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연료로서 부상하고 있는 메탄올은 일본정부 정책에서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해운업계 역시 소수의 선박만 보유하거나 발주했고 그나마 대부분 외국 선사에 용선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으로서는 조선업계로서도 메탄올추진 선박에 큰 이점이 없으며 연료의 생산과 확보에도 중국 등과 비교하여 크게 열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전략적으로 집중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해운사들의 경우 일부 계획에서 언급하고는 있으나 큰 비중은 아니며 현재 메탄올추진선 보유량은 3척으로 모두 미국 선사가 용선하여 운영하고 있고 발주잔량 8척 중 7척 역시 운영 선사가 미국과 유럽계로 자국 선사 운영예정 선박은 1척에 불과하다.
향후 암모니아연료추진선의 상용화와 국산화, 그리고 연료전지추진선 등 수소 선박의 상용화 정도에 따라 업계의 선박 투자 방향이 빠르게 전환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무탄소 연료의 전략적 수용 확대가 예상된다. 일본 정부의 계획에는 선박뿐 아니라 엔진, 연료전지, 연료공급장치 등 핵심 기자재의 개발을 통한 국산화 지원까지 포함되어 있어 향후 일본 선사들의 투자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NYK와 MOL 등이 발표한 장기 계획과 비전에도 역시 일본 정부의 정책에서 강조하는 연료들이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다.
Ⅳ. 결론 및 시사점
일본의 해상탄소중립 대응은 국가의 성장전략과 녹색이행(GX)의 틀 안에서 큰 규모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기업이 호응하며 민관이 협력해 나가는 구조를 나타냈다. 일본 정부와 민간은 현재 요구되는 세계적인 탄소중립의 흐름 속에서 자국에 유리한 전략과 정책을 고민하고 수립하는 노력을 협력적으로 이루어 나가고 있으며,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동원한 지원책을 과감하게 시행하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국가적 전략의 틀 안에서 선박의 탄소중립 대응이 이루어지고 조선과 해운 부문 역시 큰 규모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일본 해사산업의 경쟁력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또한, 국토교통성으로 일원화된 해사산업 정책의 일관성과 통합 능력 역시 우리나라에 비해 큰 강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대응현황을 살펴보면 유사한 경제체제를 가진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하여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며,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협력적 노력이 요구되고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함을 인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정책과 전략의 틀은 선박의 탄소중립 대응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으며,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한 대응 역시 이원화된 약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정 연료의 개발, 생산, 공급과 보급 정책 등이 선박분야와 연계되지 못하고, 해운사들은 중장기적 연료운영 전략에 혼란을 겪는 등 해운탄소중립 대응에 국가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업부와 해수부로 이원화된 해사산업 정책의 통합적 정책 수립이 부족하고 지원 정책이 각각 수립되고 있는 점도 정부가 산업간 협력적 논의를 끌어가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일본 대비 월등한 기술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경쟁적이고 비효율적 연구개발 투자는 우려되는 면이 있으며, 기자재업계와 동반하지 않는 연구개발 역시 궁극적인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었다. 일본 조선업계는 R&D 능력을 대부분 상실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경쟁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선사의 R&D 조직을 통합 운영하며 기술개발에 대응해왔다.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기술개발 사업에 있어서 1개 조선사가 참여한다 해도 이러한 관행을 감안할 때, 기술개발의 결과가 업계 전체적으로 공유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조선업계의 R&D 능력과 국책연구기관 등의 역량을 통합하여 효율적으로 차세대 선박을 개발하고 있으며, 선박뿐 아니라 엔진과 연료추진 관련 모든 필요 기자재를 국산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경쟁적 구조를 유지하며 조선 3사가 모든 동일한 테마에 각각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한 국가가 부담할 비용을 한 기업이 부담하고 있어 향후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운영 효율 역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 3사가 모든 연료추진선에 대한 기본설계를 도출하고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기자재업계와의 협력 없이 선형만 개발했을 뿐, 필요한 새로운 기자재는 모두 수입에 의존한 후 점차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R&D 전략은 조선사뿐 아니라 수요 해운기업과 기자재업계까지 통합적으로 참여해 모든 시스템을 일괄 개발하고 국산화하는 일본의 전략에 비해 경쟁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우며 향후 암모니아와 수소연료추진선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다시 살아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계가 업계 내부, 기자재업계, 해운업계와 보다 협력적으로 연계하여 효율적 연구시스템을 갖추고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각 사의 전략적 변화가 요구된다.
일본 정부의 R&D 지원정책을 살펴보면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에 묶여 필요한 R&D 지원조차 쉽지 않은 국내 현실과 비교되며 국내 산업 R&D 지원정책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일본의 그린이노베이션 성장전략 정책에서는 정부가 수조엔의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관리기관에 예치하여 신속하게 연구개발 과제가 진행되도록 한 조치를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과 실증까지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기술개발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담당 부처에서도 기술개발 지원 필요성을 인정하나,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신속히 지원할 방안이 사실상 막혀 있다. 예비타당성 제도는 정부 예산이 300억원 이상 지원되는 개발사업이 모두 의무 조사대상이므로 선박의 탄소중립 대응 관련 대부분 연구개발 과제가 이에 해당되며 기획부터 검토완료까지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약 2년의 기획과 심사 끝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재청구와 심사에 또 2년여가 소요되고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주무 부처의 의지와 달리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으며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필요한 개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의 과제 달성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예비 검토에 수년을 소모하는 이러한 제도는 국가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이 밀접하게 협력하여 우리나라에 유익한 전략을 수립하고 필요한 자원을 국가와 민간의 합의된 판단에 따라 신속히 배분하고 대응해 나가는 제도적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가 예비타당성 조사는 인프라 건설 등 대규모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나 마치 전쟁과 같이 촉박하게 벌어지고 있는 산업계의 대응에 대한 지원은 예비타당성 대신 국가 재정이 투입된 사업에 대한 운영 감시체계로 바꾸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 Contact: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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