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해사산업 정책 변화의 필요성(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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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6회 작성일 26-02-09 16:39본문
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해사산업 정책 변화의 필요성(下)
-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Ⅲ. 우리나라의 해사산업 인식과 정책
1. 우리나라의 해사산업에 대한 인식
우리나라의 해사산업은 태동과정에서 타 주요국과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며, 안보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할 역사적 경험이 없었다.
16세기 이후 유럽에서 아시아와 중남미로 진출한 유럽 각국의 교역수요를 위해 해운업이 발전하고, 여기에 선박을 공급하기 위한 조선업도 동반 발전함에 따라 이들 업종이 산업으로서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고, 금융, 보험, 법률 등 지원 서비스업도 클러스터를 형성하며 발전했다
종합화된 해사산업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 국가의 해양진출과 국가안보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해운과 조선업이 소규모로 시작되었으나, 주요 해사국의 경험이나 역사적 배경과 달리, 해운업은 필요물자나 원조물자를 운송하기 위한 서비스업으로 조선업은 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의한 수출산업으로 태동하고 발전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같은 큰 전쟁을 경험하기도 했으나, 당시 미군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국 전쟁에서조차 안보관점의 해사산업 중요성을 인식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산업의 태동 과정과 국가가 겪은 역사적 배경이 주요국과 상이해 조선업 2위, 해운업 6위의 세계 주요 해사산업국 중 하나이며, 자원과 필요물자가 절대 부족한 국가임에도 우리나라에서 해사산업은 상업적 목적의 산업으로서만 자리매김하는 특이한 인식이 고착화되었다.
이러한 인식하에 국내 법제도를 포함한 정책에서 해사산업은 상업적 목적의 일반산업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으며, 이들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고려하는 법령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과거 우리 정부에서도 조선합리화, 해운산업합리화 등의 지원정책을 펼친 사례가 있으나, 이는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으며, 과잉 해소, 노후선 교체 등을 통해 상업적인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데 목적이 있었다.
우리 정부의 정책에서도 조선업을 기간산업으로, 해운업을 공급망을 위한 주요 물류산업으로 분류하여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들 산업을 안보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보호, 육성하고 지원할 법적 근거는 빈약한 상황이다.
일례로, 기업의 부실이 발생한 후 구조조정의 근거법이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서는 국가가 중요성을 인정해 전략적으로 해운과 조선 능력을 일정 수준 확보할 수 있도록 조정할 여지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동 법의 목적은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 채권금융기관의 주도하에 구조조정을 진행하도록 했다.
동 법에는 국가가 안보의 중요성을 이유로 조선업이나 해운업체의 구조조정을 예외적으로 다른 절차에 의해 시행할 근거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므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헤친다면 이들 역시 타업종과 동일하게 채권금융기관에 의해 청산될 수도 있다.
2. 우리나라 해사산업 정책의 결과
상업적 관점에서만 실행된 해사산업 정책은 주요 고비마다 산업의 위축과 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했다.
국내 주요 해사산업정책은 국가안보적 차원의 고려 없이 상업적 인식을 기반으로 기틀이 확립되어 시황 침체, 구조조정 등 주요 고비에서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2000년대 들어와 중국의 경제개발 가속화로 세계 경제가 고성장을 누리던 시기에 우리 해사 산업도 조선업이 1위에 오르고, 한진해운이 세계 7위에 오르는 등 해운업도 5위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활동을 넓혀갔다.
그러던 중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해운업 모두 극심한 불황과 실적부진으로 위기가 시작되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결과는 모두 산업 규모의 축소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되었다.
중형조선산업 구조조정은 산업적 중요성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되면서 규모가 크게 축소되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심과 항만 설비 등의 제약으로 이용 가능 항만이 제한적인 대형선에 비해 중소형선은 국가 비상시에 필요한 물자를 제약 없이 필요한 장소에 공급할 수 있어 국가 안보관점에서 대형선 이상의 중요성이 있으며 이를 건조하는 중소형 조선업 역시 매우 중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로 신조선 시장이 경색되고, 여기에 중형조선사들이 대거 투자한 KIKO 등 외환파생상품이 높은 변동성을 보인 환율의 영향으로 대규모 손실을 가져오며 중형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2009년의 중형조선업 구조조정은 산업차원이 아닌 개별 기업차원에서 채권금융기관의 주도로 이루어져 정부 차원에서 중형조선 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적 노력은 없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 당시 대상이 아니었던 한진중공업을 포함 6개사만이 청산, 폐업 등을 면하면서 자율협약을 통해 생존했고, 이후 2개사가 M&A 실패, M&A의 결과 신조선 포기 등으로 신조선 시장에서 철수하며 현재는 4개사만이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28개사가 세계 중형선 시장의 17%까지 차지했던 국내 중형조선산업은 현재 4개사로 크게 축소되어 약 2% 내외의 점유율만을 유지중이다.
현재와 같은 규모에서는 선박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적 변화에 대한 투자가 어렵고, 원·기자재 업계 및 선주에 대한 교섭력 약화, 인력확보 능력 부족 등 총체적인 경쟁력 약화를 겪고 있다.
* 2008~2009 중소조선 구조조정에서 정부의 기본 방향
‑ 금융당국은 기업 살리기에 중점을 두되,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신속히 정리하는 것을 기업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
‑ 채권금융기관이 중심이 되어 상시적 구조조정 추진
‑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과 함께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시장형 구조조정 방식”도 병행하여 추진
‑ 정부는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 담당
해운업의 구조조정 사례로는 2016년 한진해운 청산을 들 수 있으며, 이후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당시 수출기업들의 피해와 해운경쟁력 저하의 부작용을 겪었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시황부진이 지속되어 해운사가 위기에 몰리며 '16년 당시 국내 주요 원양정기선사였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진행된 결과, 당시 세계 7위로 메이저 선사급 반열에 올라있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넘겨지고 청산에 이르게 되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거하여 상업적 관점에서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정책에 집중하면서 국가에 필요한 해운 수송능력 등을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16위에 불과하고 보유 선복이 한진해운의 절반에 불과한 현대상선을 계속 지원하는 대신 세계 top tier급의 경쟁력을 보유한 한진해운을 청산하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대부분의 글로벌 선사들이 위기에 직면했으나, Maersk(덴마크), CMA CGM(프랑스), Hapag Lloyd(독일) 등을 보유한 각국 정부는 금융을 포함한 신속한 지원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한국과 다른 행보를 보였으며 간판급 선사가 청산된 사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한진해운의 청산은 원양정기선 시장에서 한국 해운업의 큰 위축을 초래했고, 이러한 규모의 축소는 4년 후 나타난 코로나19 물류 혼란기에 우리 수출기업들의 피해로 직결된 바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항만물류 혼란으로 정체가 발생하며 세계적으로 선복이 부족했던 시기에 중국에서 수출물량을 만재해 부산항 등 국내 항에 기항하지 않고 바로 미국 등지로 운항한 사례가 빈번하여 우리 수출기업들이 수출품을 선적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적 선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직전 한진과 현대상선을 합쳐 44만TEU에 이르렀던 선복 보유량은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1월 19.3만TEU로 축소되어 혼란기에 국내 수출화물 운송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평소보다 많은 수출물량을 주문받고도 일부 공장을 폐쇄하며 생산을 포기한 사례까지 나타난 바 있다.
이러한 피해는 국가가 필요한 운송능력을 전략적으로 확보한다는 고려 없이 상업적 관점에서 금융안정화에 초점을 둔 구조조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후 해운재건정책 등의 지원으로 발주되었던 대형 선박이 인도되고, HMM 등 선사들의 꾸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25년 8월 기준 주요 노선을 운항하는 원양선사의 선박 보유량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직전인 '16년 8월 대비 95.4% 증가한 85.8만TEU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용선까지 포함한 운영규모는 오히려 3.5% 감소해 미주, 구주노선 등 주요 원양정기선사의 입지는 크게 나아지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동맹재편에서 소외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한진해운과 경쟁했던 6대 글로벌 선사의 보유 선복은 '25년 8월 1,395만TEU로 같은 기간 동안 162.7% 증가했고, 용선을 포함한 운영규모는 2,313.3만TEU로 99.9% 상승해 상대적으로 우리의 원양정기선 비중은 감축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16년의 대형조선업 구조조정 결과 역시, 이후 국내 조선업 경쟁력 저하와 점유율 하락의 원인이 되었다.
'14년을 전후해 국내 대형 3사가 해양플랜트 사업의 실패로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고, '15년 당시 대우조선의 부실과 회계부정 등이 밝혀지면서 2016년 대형조선업계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실행되었다.
대형조선업의 구조조정은 정부 부처 합동으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하, "강화방안")이 발표되는 등 개별기업 단위보다 3사를 종합한 산업 단위의 대응책이 마련되어 2009년에 앞서 실행된 중형조선업 구조조정에 비해 훨씬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정부는 강화방안을 통해 기술개발, 인력양성, 금융 등 종합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배경은 부정적인 시장 전망이었고, 상업적 판단을 기반으로 인력과 설비 축소에 중점을 두어 국가가 필요한 전략적인 조선능력의 확보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당시 강화방안의 계획은 3사의 직영 인력을 32%, 설비를 23% 감축하는 것이었으며, 이후 인력과 설비 감축은 강도 높게 이루어졌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5년 말 조선업 기능직 종사자는 직영 36,323명, 하청 133,346명으로 총 169,669명이었으나, 2년 후인 2017년 말에는 직영 27,900면, 하청 61,465명 등 총 89,365명으로 절반 가까운 인원이 감축되었다.
채권금융기관과 조선 3사간의 협의와 자구책을 통한 인력 감축이었으나, 많은 숙련공이 조선소를 떠나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현재까지도 돌아오지 않았고, '22년 이후 증가한 건조물량 생산을 위해 많은 비숙련 외국인을 고용해 숙련공의 자리를 메우면서 품질 저하를 유발하게 되었다.
중국이 저가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문제에 의한 국내산 선박의 품질 저하는 '23년 이후 경쟁력 저하와 급격한 수주점유율 하락을 가져왔으며 현재까지도 국내 조선업계의 심각한 과제로 남아있다.
대형조선업의 구조조정은 정부가 지원방안을 수립하는 등 비교적 많은 공을 들였으나, 이 역시 상업적 기반의 전망에 기초해 상업적 경쟁력에만 몰두했고, 안보 등 국가적 관점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측면이 있었다.
안보적 중요성을 간과한 정책의 문제로서 비상시를 대비한 국가 필수 선대에 중국산 선박이 포함되는 등의 위험성도 존재하고 있다.
비상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한 해운 및 항만 기능 유지에 관한 법률(약칭 해운항만기능유지법)에 따르면 "국가는 비상사태 등에 대비하여 국가필수선박의 지정, 항만운영협약의 체결 등 해운·항만 기능 유지에 필요한 정책 및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동 법은 국가가 비상시를 대비해 해상운송과 항만의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국가안보 관점에서 선박의 필요성을 인식한 법률로서 의미가 있으나, 2019년 공포되어 역사가 길지 않고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 법안에 따라 정부는 국가필수선박을 지정하고 이를 운영하는 선사에 일정 수준 혜택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벌크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LNG선, LPG선, 자동차선 등 6개 선종의 중소형~대형까지 총 88척을 지정했다.
그런데 이들 88척 중 벌크선 등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지 않은 선종과 선형이 대부분 중국산 선박으로 지정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은 자국 생산 디지털 기기에 스파이칩을 심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있는데, 많은 전자기기가 장착되는 선박에 이러한 칩 등 소형부품이 몰래 장착될 경우 비상시에 항해 위치 노출 등 선박이 위험에 빠질 수 있고 국가필수선박으로서의 기능에 우려가 있다.
중국은 경제적 교류가 활발한 국가임에도 안보적으로는 우리보다 북한에 더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산 선박을 국내산 선박으로 교체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나, 우리나라의 정책이 조선, 해운업을 상업적 목적으로만 취급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충분히 건조할 기술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안보관점에서 국가가 선박의 개발과 중국산 대비 높은 건조 비용을 지불하고 국산 선박으로 도입하는 선택지가 가능하나, 상업적 측면에서 중국산을 수용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안보차원의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은 정책기조로 인해 국가필수선박의 운영에 대한 예산이 적은 수준이므로 지정선박 운영 선사에 대한 지원이 약하여 선사들이 이를 기피하는 경향까지 있다.
또한, 지정되는 선박의 획득에 필요한 국내 자금조달 관련 사항이 규정되지 않아 해외금융으로 건조된 선박도 필수선박으로 지정될 수 있는데, 비상시에 이를 징발하고 동원할 때 금융을 제공한 해외 금융기관과의 마찰이 빚어질 수 있으며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
동 법에는 국가필수선박에 대한 지정과 유지 관리 절차는 상세히 기술되어 있으나, 비상사태 발생시 동원절차가 상세히 규정되어 있지 않고 해군과의 조율을 위한 활동 사항도 찾을 수 없다.
다만, 아직 이 법안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많은 개정 여지가 있으며 동법의 허점을 우려하기보다는 안보관점의 정책적 기조를 확고히 하고 비상시를 대비한 선박의 효과적 유지와 운영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3. 해사산업에 대한 안보관점의 정책 기조 전환과 지원 필요성
지난 구조조정을 통한 해사산업 경쟁력 저하를 정책의 실패로까지 평가할 수는 없으나, 다만, 문제의 근원은 정부의 정책이 해사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절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행된 해사산업 관련 구조조정에서 원양정기선사와 중형조선산업, 대형조선산업 모두 규모 축소뿐 아니라 경쟁력 저하의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러한 구조조정 과정은 근거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이루어졌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목적에 규정된 금융시장 안정에도 이상이 없었으므로 법률에 규정된 정책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관점에서 경쟁력 저하와 같은 부작용을 정책 실패로 평가할 수는 없다.
구조조정 당시 국내 경제와 금융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로 산업의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법률로 구현된 우리 정부의 산업정책에서 해사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간과되어 국가가 필요한 기본적인 해상운송 및 조선 능력을 확보할 절차조차 규정된 바 없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한 전략적 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 시 국가가 안보적 관점에서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절차에 넘기기 전에 안보담당 부처를 포함한 모든 관계부처가 협의해 국가가 필요한 해운 및 조선 능력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해운사나 조선사에 대한 통합, 분리 매각 결정 등을 지휘하고 필요 기업과 설비를 국가기관 산하로 편입시킨 후 나머지 업체와 설비를 통상적인 구조조정 절차에 회부하는 전략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마지막 구조조정이 실행된 2017년까지도 세계 경제는 자유교역 질서가 자리잡아 성장하고 있었고, 안보의 불안과 위협이 높은 수준이 아니었으므로 당시까지 국내 해사산업 정책이 상업적 관점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절대적인 실패였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복잡해지고 있는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하면 지나간 정책의 결과보다 이제 부터의 정책 기조 변화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공급망 교란, 강대국간 패권경쟁 격화, 전쟁 발생 등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게 변화하면서 선박은 매우 중요한 안보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어 우리의 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잇따라 발발하고 강대국간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공급망 교란과 군사 및 경제 안보의 불안이 높아지는 등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안보환경에 놓여있는 만큼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주적 방위 역량뿐 아니라 부족한 물자를 해외에서 조달하기 위한 해상공급망을 스스로 구축 및 운영할 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해사산업 관리 실패를 통해 조선 능력과 군용 함정뿐 아니라 국적 상선대를 포함하는 해양력이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를 보여주고 있어 우리의 해사산업 정책도 상업적 관점으로부터의 기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국내 해사산업이 도태되어 몰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국가가 필요한 조선 및 해운 능력의 확보와 유지를 위해 산업에 대한 지원 및 관리 방안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Ⅳ. 해사산업 정책 변화 및 지원 방안
상업적 관점의 현행 법제도보다 상위 개념의 특별법을 제정한다면 해사산업에 대한 안보관점의 정책 기조 변화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해운항만기능유지법에서 국가필수선박의 지정과 운영 등을 규정하여 비상시에 대비하고 있으나, 이는 최소한의 필수선박을 확보하는 목적의 법률이며 필요한 선박의 공급 능력과 국적선대의 운송능력을 육성할 근본적 처방은 아니다.
국가 비상시에 대응할 해양력을 보유,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조선, 해운 등 해사산업을 보호·육성해야 하며 국제 통상마찰을 예방하고 국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 관점이 반영된 법령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해사산업 특별법(이하 "해사산업 특별법"으로 지칭함)을 제정해 동 산업이 일반적인 상업적 목적만이 아닌 국가안보의 필수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중요 산업이라는 점을 규정한다면 정책기조 변화의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법률의 예외 적용과 국가가 전략적 조치를 취할 근거 등이 마련될 수 있다.
* 해사산업 특별법 주요 내용 예시
‑ 조선업, 해운업 등 해사산업은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산업임을 명시
‑ 국가는 비상시에 필요한 조선능력, 해상운송 능력을 확보할 의무를 가짐
‑ 이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주기적으로 국가에 필수적인 조선 능력 및 상선대 규모, 필요 지원 항목 등을 검토해 자문하고 국가는 이를 토대로 해사산업의 유지 규모를 결정하며 유지에 필요한 방안을 수립함
‑ 국가는 해사산업의 유지, 발전을 위해 정부 예산에 이를 반영하고 필요한 세제, 금융 등의 재무적 지원 계획을 수립 및 실행함
‑ 해사산업이 집단적 경영위기로 구조조정의 필요에 직면할 경우 국가는 먼저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설비와 인력, 상선대, 기업규모 등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정상화 방안을 먼저 제시하며 나머지 기업 등을 일반 기업구조조정절차에 회부함
‑ 필요시 국영 조선사와 해운사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면 그 절차를 규정함
‑ 국가필수선박을 국내산 선박으로 도입하고 주요 기자재 역시 최대한 국내산 사용을 의무화하며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한 국내 자금의 조달 방안을 규정하고 비상시 위험임무 수행에 의한 금융과 보험 손실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증함
** 해사산업 특별법 기대 효과
‑ 정례적인 예산확보를 통해 국가 비상시에 필요한 전략상선대의 확보와 유지 및 국내 조선, 해운업 경쟁력 유지에 기여
‑ 해사산업을 안보를 위한 산업으로 규정하여 공적자금 지원 시 WTO 보조금 등 통상마찰 위험 가능성을 낮춤
‑ 국가는 일정 수준의 중형 및 소형 조선 능력을 확보해야 하므로 상업적 경쟁력 저하와 수요 부진 등으로 위축되고 있는 국내 중형 및 소형 조선산업에도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
‑ 해운업과 조선업의 장기간에 걸친 높은 시황 변동 특성으로 15~20년 주기로 구조조정에 직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특별법은 금융과 상업적 관점이 아닌 안보적 관점에서 국가의 개입을 의무화하여 산업의 경쟁력 저하와 지나친 규모 위축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해운 및 조선업, 기자재산업 등 해사산업 정책을 통합적으로 지휘할 컨트롤타워의 신설을 통해 국내 해사산업 정책의 산업간 시너지 등 효율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해사산업국의 경우 해운업의 수요가 조선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연계성을 기반으로 산업이 출범하고 발전해왔으므로 해사산업 정책이 자연스럽게 통합적으로 이뤄졌다.
일본의 경우 국토교통성 내의 해사국에서 해운, 조선, 기자재, 각종 규제, 연구 등 해사 산업 전반에 걸친 통합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업은 수출산업으로서, 해운업은 국가 필요물자 조달을 위한 수출입 물류 수단으로서 각각 다른 지향점으로 출범해 조선업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해운업은 해양수산부에서 정책을 관장하며 완전히 이원화되었다.
이러한 이원화의 결과 조선-해운 정책은 상호 보완이나 협력없이 실행되고 업계간 협력 문화도 부재해 탈탄소화, 스마트화 등 시장의 변혁이 요구되는 현재 상황에서 주요 해사국 중 가장 비효율적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조선업은 대형 위주로 재편된 반면, 국내 해운업은 소수의 대형사 외에 대부분의 선사가 중견 이하급이며, 주로 중형선박으로 자산이 구성되어 양 산업의 정책적, 사업적 협력과 소통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 양 업계간 통합적 논의와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 할 해상탈탄소화와 스마트화 등의 시장 요구 변혁에 대한 대응에 국가적인 산업 역량을 극대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해사클러스터 개념으로 통합적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과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력을 기반으로 양 산업을 상호 활용해 해양력 강화를 추진하는 중국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이며 불리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해소와 조선, 해운 등의 역량을 시너지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일원화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며, 정책을 한 개의 부처로 일원화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현재 대통령실의 해양수산비서관실을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일원화된 정책을 통해 세계 6위의 교역대국의 역량을 이용하여 현재 약 11.4% 수준에 불과한 국내 수출입화물의 국적선 적취율을 50%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할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운송할 국적선의 국내 건조를 독려할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국내 선사가 필요한 중형선을 건조하며 국내 중형조선산업의 재부흥을 유도할 수도 있다.
또한, 일본과 같이 조선-해운업계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탈탄소화와 스마트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장을 마련하고, 업계 간 협력 연구개발에 R&D 자금을 우선 지원하여 협력을 유도하는 정책도 수립할 수 있다.
조선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인력양성, 기술개발 지원, 범용선 개발지원, 산업생태계 유지 등의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2022년 이후 국내 조선소 생산 현장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현장을 떠난 내국인 인력 대신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조선업 경쟁력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서라도 국내 내국인 인력양성을 추진해야 한다.
외국인 생산인력 역시 시간이 갈수록 숙련도가 향상되고 공법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져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우리나라 이민 제도와 여러 여건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궁극적으로 젊은 내국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해사산업 특별법 제정을 통해 안보상 중요 산업으로 규정한다면, 조선소에서 근무할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법률적으로 보장할 수 있으며 불평등에 대한 반감도 완화할 수 있다.
조선업 지원에 있어 또 하나의 시급한 문제는 기술개발 부문이다.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이후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불황기로 인해 적자 실적을 기록하여 탈탄소와 스마트화 등 빠른 변화가 요구되었던 지난 10여 년간 기술개발 투자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규모 축소보다 한국과 경쟁할 집중지원 대상 조선소를 선별할 목적이 더 강했던 조선업 구조조정을 2015년에 완료한 중국은 같은 해에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해 조선업 경쟁력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기술과 생산성, 품질을 향상시켜 왔다.
또한, 2015년 공식발표된 일대일로 전략 이후 중국 정부는 국적 선대 확대에 집중투자해 자국 조선소에 많은 일감을 제공하고 경험을 축적하면서 한국과의 기술 및 품질 격차를 좁혀왔고, 현재 양국 간 경쟁력은 이미 역전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지난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고 반격해 경쟁력을 재역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재무적으로 여력이 크지 않은 조선업계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이 절실했다.
탈탄소화, 스마트화, 스마트 야드 등 향후 선박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개발 과제에 대한 자금 지원 증가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향후 신기술이 개발되고 각 조선사가 이를 채택해야 하는 만큼 실증 프로젝트를 국내 조선사들이 공동으로 실행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 실증과 인증을 담당할 국책연구소의 신설 또는 기존 연구소 확대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해운항만기능유지법에 의거한 국가필수선박에 중국산 선박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들 범용선을 국산화하기 위한 조선업 및 해운업 지원제도도 필요하다.
벌크선, 자동차운반선 등은 국가 비상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선종이나, 단가가 낮은 저부가 범용선이라는 특성상 고비용 구조를 가진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 10여 년 이상 영업과 선형개발조차 하지 않아 현재는 주문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비상시에 보안상 위험이 있는 외국산 선박을 계속 사용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선형(설계)개발비를 국가가 지원하여 범용선에 대한 표준선박을 개발하고 이를 국내 선사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국가필수선박으로 지정되는 선박을 국내 선주가 구매하는 경우 중국산 선박의 구매를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하므로 이를 국가가 보조금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범용선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발비 및 설계 비용을 지원하므로 국내 조선사의 생산단가가 낮아져, LNG선 등 고부가선 시장 대비 규모가 매우 큰 범용선 시장에서 중국과 다시 전면적으로 경쟁할 기회도 부차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사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설계사, 기자재사 등 조선업 생태계의 유지 및 발전 역시 중요하나, 현실적으로 이들 업계가 영세하고 조선소와의 수직구조에서 열위에 있어 불공정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유지조차 쉽지 않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탈탄소화와 스마트화 등으로 신기술 개발이 활발해 이를 뒷받침할 기자재 개발도 필요하나, 국내 기자재업계의 영세성으로 개발투자가 쉽지 않고 조선소의 지원도 미미해 국내 조선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기자재 개발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범용선 표준선형 및 설계 개발시 중형 이하급 선박의 개발은 국내 국책연구소와 설계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개발하도록 하고 이를 국내 설계사들이 해외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공유해 국내 조선소에 판매하는 방안 등도 검토 가능하다.
조선소와의 불공정 거래에 의한 피해 여부를 감시하고 상응하는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운업 역시 탈탄소화에 대한 대응이 주요국 대비 늦어지는 등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잠재적 위험이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국내 해운업계는 4~5개 내외의 소수의 대형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중견 이하 중소형 선사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선사 중 상당수가 충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환경규제 등 시장의 급격한 변화 이슈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후선의 대체 시점과 미래 연료에 대한 대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관망하는 경우가 많아 국가적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경쟁국 대비 불리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높은 규제 비용 등으로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위험이 있다.
세계적으로 선박금융 시장이 탄소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선박투자 수요에 대응하여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지 않아 국제적으로도 대형선사를 제외한 중견 이하급 선사들이 신조선 건조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충분한 국적 선대 확보를 위하여 국내 선사들의 선박 투자에 대해 보조금과 금융 정책 등을 동원한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한, 세계 1위의 선박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를 활용해 해운업계와 소통 및 정보 교류의 장을 활성화해 국내 선사들이 중장기적인 연료와 스마트 기술 채택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중요한 지원책 중 하나이다.
Ⅵ. 결론 및 시사점
과거 우리 해사산업의 안보적 가치는 간과되어왔으나, 최근 들어 안보환경의 복잡한 변화 속에 주변국이 모두 세계 최강의 해사 강국인 만큼 우리의 산업 유지도 필수적이다.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거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주로 육상의 문제에 집중되었고, 그 외 국제적인 안보 상황은 안정적이었으므로 해사산업이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절박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유럽 지역의 전쟁 발발로 세계 각국이 자국의 무장을 강화하고 강대국간 패권경쟁이 가열되면서 국제적인 안보환경은 급격하게 불안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안보환경도 북한 외에 중국의 대양 진출을 향한 해상방위력 증강과 서해에서 우리와의 영토 마찰 위험 증가,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 등 주변국과의 마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상으로부터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가는 해군력을 포함한 해상력에서 주변국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고 만일의 비상사태 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항상 유지할 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대응에는 국가의 물자조달을 위한 상선대 확보, 신속한 선박 공급을 위한 조선능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우리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한국보다 큰 규모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2.5배 이상의 국적 상선대를 각각 보유하면서 세계 최상위권의 조선능력을 보유한 해사 최강국들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복잡해지는 안보환경 속에서 해사산업이 현재 수준에서 더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해운, 조선업 등 해사산업은 호황기도 존재하나 긴 시간 동안 깊은 침체에 빠지는 특성이 있어 산업계의 독자적 생존 노력만으로는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해운업은 국가의 해상운송 능력으로서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후원을 받으므로 과잉 투자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나며 특히, 해운호황 발생시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과다한 선박을 발주해 이들이 해운시장의 장기적 공급과잉을 유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조선업 역시 해운호황기에 많은 수익을 올리지만, 호황기 발주 선박이 시장에 대량으로 인도된 후의 해운 불황기에는 역시 장기간의 혹독한 침체를 겪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국가적 지원 없이 해사산업이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려우며, 금융위기 이후 유럽 각국과 중국 등에서 자국 해운사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 조치가 있었고, 최근에는 해운·조선업 보조금으로까지 평가되는 해사산업강화법이라는 제도가 일본에서 실행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국제통상 규약을 위반하면서까지도 자국 해사산업의 유지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미국 조선업 붕괴가 안보위협으로 떠오르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상대적 경쟁력 저하를 방치할 경우 국내 해사산업의 유지를 보장하기 어려우며, 이는 비상시 안보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적 인식의 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의 주변국이며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등은 안보를 포함한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 해사산업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상대적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방치할 경우 우리나라 해사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우며, 이는 국가 비상시 대응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안보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부의 정책적 인식 변화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 아직 조선업은 중국 대비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조선사들의 실적도 양호한 수준이며, 해운업 역시 세계 6위의 상선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개입해 지원할 골든타임은 지나가지 않았으며 아직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반격은 가능한 상황이다.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정책기조의 변화로 지원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업계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선의 지원책을 수립하면서 국가 해양력 발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 Contact: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https://keri.koreaexim.go.kr/inde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