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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중국에 뒤처진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과 새로운 한국형 해양전략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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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43회 작성일 24-08-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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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세계 무역의 약 90%, 우리나라 무역의 99% 이상을 해운산업이 담당하고 있다. 안전한 해상 수송로와 해상 터미널, 항만 크레인 등을 비롯한 물류시스템 그리고 선박은 전 세계 자유무역의 기반이 된다. 2024년 3월 전미철강노조를 포함한 미국 내 5개 노조가 미국 정부에 중국 해운, 물류 및 조선업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는데, 중국이 반시장 정책을 기반으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4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조선업이 미국의 해군력을 위협한다고도 보도했다.
중국의 뛰어난 상선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국 해군의 압도적 물량 증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앞서 독일조선해양산업협회(VSM)의 2022/2023 연례보고서에서는 독일 해운업의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독일의 새로운 중국 전략에 따라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듯 중국 조선산업의 성장은 상선 시장을 넘어 세계 무역과 해군력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조선사 구조조정, 2016년 해양플랜트 손실과 수주 절벽에 따른 대형조선사 구조조정으로 오랫동안 불황을 경험하며 크게 위축됐다. 2021년 이후 대규모 수주로 조선업 부활의 기회를 맞았으나, 2021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대규모 적자, 2023년 심각한 인력 부족과 일부 중형조선사의 재무위기 등으로 빠른 재도약은 쉽지 않았다. 반면 중국 조선산업은 위기 속에서도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지속 유지했으며, 대규모 투자와 설비 재가동으로 2023년 세계 수주량의 59.3%를 차지하면서 우리나라(22.6%), 일본(12.7%)과의 격차를 확대했다.
조선은 무역국이면서 휴전국인 우리나라에 무역 안보와 국방을 지원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우리나라 조선업과 경쟁하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경쟁력을 잃었지만 일본도 해양국가로서 조선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재도약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본고에서는 2020년에서 2023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이 진행한 가치사슬 기반 조선산업 경쟁력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한중일 조선산업의 변화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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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치사슬 기반 조선산업 경쟁력 평가

조선산업의 가치사슬은 R&D·설계(조선사 및 연구소), 조달(조선기자재사), 생산(조선사), AM·서비스(수리조선사), 수요(해운사·에너지사) 부문으로 구성된다.
2020년 88.0점이었던 우리나라 가치사슬 종합경쟁력은 2022년 86.4점으로 하락했더라도 경쟁국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3년에 중국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종합경쟁력에서 1위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종합경쟁력이 88.9점으로 상승했지만, 중국의 경쟁력이 더 빠르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조달 부문과 R&D·설계 부문의 경쟁력이 앞선 반면, 수요와 AM·서비스 부문은 대폭, 생산은 소폭 열위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조선 시황이 개선되고 LNG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기술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는 듯 2021년에는 일본과 EU의 경쟁력이 향상되었으나,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조선산업에 대한 투자와 다양한 선종·선형에 대한 대량 수주, 우리나라나 일본 대비 충분한 생산 능력과 여력 등으로 인해 2023년에 중국이 1위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문별 연간 경쟁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조달과 수요 부문을 제외하고는 2022년까지 전반적으로 하락하다 2023년에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고 대형조선사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만 인력 부족으로 생산 능력이 더디게 회복되면서 생산 부문의 경쟁력은 지속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2021년 이후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중국의 대규모 수주와 건조를 통해 가치사슬 전 부문에서 우량한 특성이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2023년에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와 중국에 비해 수주나 건조에서 양적으로 밀리고 인력 부족과 주요 조선사의 상선사업 축소와 같은 영향으로 판단된다.
선종별 경쟁우위 종합 평가를 살펴보면 가스운반선과 컨테이너선만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를 보이지만 중국과의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유조선은 중국이 2022년에 추월했고 벌크선은 중국의 우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운반선에서 우리나라가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데에는 R&D·설계, 생산의 월등한 우위와 상대적으로 양호한 조달, AM·서비스와 수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만 컨테이너선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어서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가스운반선만 우리나라가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선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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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국 종합경쟁력 1위의 근본 원인

중국의 조선산업 종합경쟁력 1위는 중국 정부의 오랜 ‘해양 굴기’ 노력에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2002년 중국공산당 제16차 당대회 보고에서 “경제대국 발전 전략과 해양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해양 진출 의지를 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운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해상교통로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해양강국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해양경제발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는 해군력의 강화, 해외 군사 기지의 확보, 해상에서의 법 집행 강화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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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조선산업은 중국 정부의 “해양 굴기”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었다. 중국의 해군 현대화 노력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30년간 이어지면서 동아시아에서 최대규모의 해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군함 수에서 세계 최강인 미국도 앞질렀다.
비단 해군력의 급성장만이 아니다. 중국이 보유한 상선의 선복량은 세계 1위로, 4위인 우리나라의 4배 수준이며 홍콩을 더한다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건조 계약된 선박(발주 잔량)도 중국이 가장 많아, 중국은 상선에서도 세계 제일의 해운국이 됐다. 압도적인 해운 규모는 확고한 가치사슬 수요 부문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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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조선소 기준 2024년 3월 수주 잔량 순위는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삼호중공업 순으로 우리나라 대형 4개사가 1~4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조선소 그룹을 기준으로 한다면 중국의 최대 국영 조선 그룹인 CSSC가 월등히 1등이다.
그 외에도 중국 국영기업인 COSCO Shipping HI, China Merchants, 중국 민영기업인 Yangzijiang Holdings, New Century SB가 10위 안에 포진하고 있다. 일본은 Imabari SB가 7위이고 10위는 이탈리아의 Fincantieri이다. 상위 5대 그룹이 세계 수주 잔량의 53%, 10대 그룹이 69%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CSSC를 비롯한 중국 조선 그룹은 세계시장을 우리나라 조선소와 함께 주도하고 있다.
중국 조선산업은 기업의 외형이나 물량 면에서만 강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22년과 2023년 12월 초까지 수주 선종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조선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스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선종 포트폴리오가 편중된 형태를 보인다.
반면 중국은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수주량이 많지만, 가스운반선 수주 비중도 10~20%에 이르고 있다. 중국은 충분한 물량을 수주하고 다양한 선종 포트폴리오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선박인 가스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도 다수 수주하면서 양적, 질적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조선업이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영 조선소의 역할이 크다. CSSC는 산하에 104개의 자회사와 약 22만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회사에는 다수의 조선소, 연구소, 설계회사, 기자재 업체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박, 해양플랜트, 특수선(군함)의 신조 및 수리·개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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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설계회사, 기자재사로부터 나오는 표준 설계, 기술, 기자재 등을 다수의 조선소에서 활용함으로써 효율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금융사나 상사도 보유하고 있어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의 토탈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또한 CSSC는 중국의 군함을 건조하면서 막대한 정부 자금이 지원됐기 때문에 2008년 이후 상선 시장의 장기 불황에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중국내의 Yangzijiang Group, New Century SB와 같이 효율이 높은 민영 그룹이 존재할 수 있는 배경에는 풍부한 저임금 근로자 외에도 국영조선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쟁력 있는 조선산업 생태계가 존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제조2025, 제14차 5개 년 규획, 조선산업 녹색발전추진계획 등의 정책을 꾸준히 실행하면서 질적으로도 우리나라를 추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황 회복에 대응하여 조선소를 신규 가동하는 것 외에도 CSSC 산하의 후동중화조선이 Changxing 2단계 건설에서 지능형 제조 및 정보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과 같이 디지털 전환도 꾀하고 있다. CSSC Wuchang, GSI와 같은 CSSC산하 조선사도 국가 스마트제조 시범공장으로 선정되거나, 지능형 조선소로 전환을 위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생산 현장의 지능화를 통해 품질·생산성 향상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있는데,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우리나라보다는 더 빠르게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 글로벌 조선업과 우리나라의 현(現) 상황

세계 상선 시장의 장기 점유율(건조량 기준) 변화는 세계 조선업(상선 중심)의 패권 이동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1950년대까지는 유럽과 미국이 세계 조선업을 주도했다. 특히 양대 세계대전 기간에는 미국이 전 세계 최강의 선박 공급자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수출산업으로 조선업을 육성한 일본이 성장하며 유럽을 제치고 오랫동안 세계 1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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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호황기에는 전통의 강자 외에도 다수의 국가에서 조선업에 진출했는데, 1970~1990년대 장기 불황 이후에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조선업을 발전시킨 국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조선업에 진출했거나 유지하던 기타 국가의 점유율은 1990년대 후반 이후 크게 하락했다. 2023년에는 중국이 51%(CGT 기준), 우리나라 26%, 일본 14%를 차지하여, 중국의 압도적 1위 속에 한중일 비중이 91%를 기록하며, 세계 상선 시장의 집중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비중 증가와 중국 의존도 상승의 원인은 중국 조선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후속 국가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는 기술, 생산, 기자재, 금융, 수리·개조와 같은 가치사슬 경쟁력을 보유하기 어렵다. 설령 조선 선진국이 후발국에 기술이나 기자재, 금융과 같은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낮은 생산성과 물류 효율, 조선업을 영위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자연환경, 해당국 정부 지원 부족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일본, 유럽의 경쟁력 있는 조선사가 필리핀, 브라질, 루마니아 같은 국가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다 실패한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이유이다. 해운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으로 선박이 복잡해지고 기술력이 중요해진다는 점도 후발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한중일을 제외하고 조선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가 나타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럽은 경쟁력을 잃고 회복하지 못했고, 일본과 우리나라는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점유율 하락의 일차적인 원인은 인력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조선업 종사자가 급감했다. 2021년 이후 대량의 선박 수주가 이루어졌음에도 우리나라는 생산 인력 부족으로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게다가 2023년에 몇 개 남지 않은 중형조선사 중 한 곳이 경영 악화로 워크아웃을 개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23년 3분기까지 수급 목표를 상회하는 1만 4,359명의 생산 인력을 투입하면서 인력 부족을 상당히 해결했으나, 기존 생산 능력을 소폭 높이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Hengli HI(舊STX대련), 삼진조선(Chery 인수), Qinshi Group의 New Jiangzhou 등을 재가동하면서 생산 능력을 크게 확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은 1970~1990년대 장기 불황에서 인력이 크게 감소했는데, 2000년대에 새로운 호황기가 왔음에도 인력 양성과 숙련 전수가 어려워서 신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의 확대에 한계를 보였다.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높은 임금과 안전한 작업환경,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일자리를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제공해야 하는데,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선가를 받아야 가능한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인력 문제에서도 일부 나타나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 조선업의 상대적 경쟁력이나 점유율 하락의 근본 원인은 중국 조선산업과의 불공정 경쟁에 따른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산업 생태계 약화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에는 WTO 체제하에서 공정 경쟁을 하고 있으므로 조선업에 대한 지원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론에서 언급한 전미철강노조의 중국 조선업 조사 요청 보고서에서는 일본과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고 있는데, 중국의 직접 지원에 비해 규모도 작고 저가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필요했기 때문으로 언급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프로그램과 같이 광범위한 시장 개입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중국의 조선산업 지원에 따른 상선 시장의 장기간 가격 경쟁으로 우리나라 중소조선소는 대부분 구조조정 됐고 대형조선소와 소수의 중형조선사만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조선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차별화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면서, 생산 척수가 감소하여 범용 조선기자재산업도 상당히 축소됐다. 게다가 장기 불황으로 조선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제한적이어서 중형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RG 발급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해운사도 투자비 절감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에 상당한 선박을 발주하고 있다. 2020~2023년에 우리나라 해운사가 발주한 선박 중 벌크선의 대부분인 31척, 자동차운반선 14척 전량, 중소컨테이너 5척 등을 중국이 수주했다. 단순 물량으로만 본다면 중형조선 1개사의 생존이 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중국 조선업과의 가격경쟁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한 일부 분야만 유지할 수 있고, 중국에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유럽과 일본 조선업처럼 경쟁력 약화의 수순을 밟을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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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가 번영을 위한 조선업의 새로운 도약 전략

앞서 본 바와 같이 한중일을 제외하면 조선업은 경쟁국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섬나라와 같은 무역 국가이고 휴전국이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보유한 국가여서 경제안보와 국방을 고려하면, 조선업을 중국이나 일본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생존을 위해 조선업이 다시 확고한 초격차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해운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으로 양호한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의 불공정 경쟁에 대응하려는 미국이나 주요 국가의 환경 변화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오랫동안 논의만 되었던 조선, 해운, 국방, 금융 등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우리나라의 경제·안보를 고려한 한국형 해양전략(K-Maritime Strategy)의 수립이 시급하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지속되는데 개별 산업의 입장에서만 전략을 만든다면, 우리나라 조선은 선종 차별화 또는 사업다각화(상선 부문 축소), 해운은 선종별로 차별화된 조선국에서 선박 조달, 금융은 안정적인 대기업 중심의 지원, 국방은 조달 비용의 증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양전략이라는 대국관으로 살펴본다면 다른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우방국의 상선과 특수선 협력을 동시에 끌어내는 전략이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가 부족한 수요 및 AM·서비스 부문을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변동성이 큰 산업 사이클로 인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조선산업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서 기술과 생산 역량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선에서는 상선과 특수선을 우방국에서 가장 저렴하고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방, 해운, 선박금융도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한국형 해양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위해서는 우선 관련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우방국의 협력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가장 강점인 조선산업(특수선 포함)에 해운과 선박금융을 연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그럴만한 시스템이 없다. 싱크탱크를 예로 든다면 조선, 해운, 선박금융, 국방을 연구하는 다양한 기관이 개별적으로 존재는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인력은 해운이나 해운사 금융 관련 기관을 제외하면 주요 기관별로 한두 명에 불과한데다가 조선·해양산업 연구는 기관의 일부 기능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조선산업을 해양전략의 핵심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의 상용화와 생산 현장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선박에서 액화수소나 소형모듈 원자로(SMR)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조선업이 첨단·핵심기술 없이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선박 관련 첨단·핵심기술의 확보와 상용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생산 현장의 디지털 전환은 당장 시급한 작업장의 안전이나 품질·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의 인력 부족에도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수주 산업이어서 기계화나 자동화가 매우 어려운 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선업의 기계화나 자동화가 성공한다면, 관련 기술과 제품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신산업으로 육성될 수도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가 현대화된 조선업을 일으키고 유럽과 일본을 넘어 세계 1위를 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조선업의 기적 속에서 우리나라는 기계산업과 소재산업을 육성하고, 해운산업 경쟁력 확대와 국방력도 증대할 수 있었다. 환경 변화에서 발생하는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다시 종합경쟁력 1위를 탈환하고 지속해서 국가 번영의 기반이 될 것이다.

■ Contact: 산업연구원 www.ki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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