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한국 조선산업의 중장기 전망과 정책과제(세계 조선산업 주요 선종별 중장기 전망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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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63회 작성일 20-09-11 17:46본문
6. 기업의 전략적 대응 방향
(1) 경쟁력 제고
기업의 경쟁력은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더욱 빛이 난다. 호황기에는 넘치는 수요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조선업체들도 수주를 받는다. 그러나 시장 침체기에는 경쟁력으로 무장한 조선업체만이 수주를 받을 수 있다.
경쟁력은 기술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어려울 때는 원가경쟁력이 더욱 중요하고, 기술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은 통합되어 있을 때 더욱 시너지가 발휘된다. 즉 기술역량이 있어야 원가절감이 가능하고 선박 수주 성공률도 높아지며 선박 건조가 적정 규모로 지속될 때 다시 원가를 줄일 수 있고, 기술 축적도 가능해져 조선업체의 선순환 경영이 가능해진다.
세계 시장 전망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시장 수요의 회복은 앞으로도 미진할 것으로 보인다. 선가가 낮은 상황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선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세계 조선시장의 흐름을 보면 기술 역량의 강화도 필요하다. 글로벌 환경규제가 단계별로 계속 강화되고 있고, 수요자인 선주들은 안전의 강화와 인건비 등의 비용 절감을 위해 탑승 승무원 수를 줄일 수 있는 스마트화된 선박을 원하고 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선박 건조기술 확보가 필요하고, 선주와 화주의 비용절감 및 운항 안전성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 자율운항선박 기술도 꾸준히 개발하고 상용화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
(2) 변동성 리스크 대응
세계 조선시장의 흐름에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진폭이 큰 중장기 사이클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선박을 수주받고 건조한 이후 수요자에게 선박을 인도하는 수출 조선업체들은 세계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선박을 건조할 시설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시장의 호조세가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인지, 투자에 금융기관의 대출이 연계되어 있을 경우 금융기관은 물론 조선업체도 상환 기간, 현금흐름 등을 감안한 상환 여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1900년대 이후 최근까지 세계 조선산업은 4번의 진폭이 큰 사이클을 경험해 왔고 세계 규모의 확대에 따라 현재 시점에 가까울수록 진폭은 더 커지고 있다. 수요가 팽창하여 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경우 기업은 투자를 감행하여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시점에서의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조선산업에서는 투자의 성과실현에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이 활황세를 보인다는 것은 이미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했다는 의미이고, 이때 투자를 감행하면 공급과잉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했다는 것을 뜻하므로 이는 투자실패를 의미한다.
건조능력을 확장하는 투자계획은 내수, 수출 등 대상 시장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수출시장의 경우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보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과거 1970년대에 진행되었던 3번째 초호황과 장기 침체를 경험한 국내 일부 업체들은 호황시기에 대규모로 건조된 선박의 교체시기를 추정하여 차기 호황을 겨냥하여 투자를 진행하였고, 2000년대 중반의 세계 호황기 수요를 향유했다.
그러나 뒤늦게 시장의 호조세 진행과 동시에 투자를 감행한 중형급 이하 조선업체들은 대부분 투자회수에 실패했고 법정관리를 통한 매각이나 파산되었으며 현재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되었던 금융기관들의 KIKO와 같은 금융파생상품 강매와 이로 인한 심각한 타격이 조선업체들의 빠른 시장 퇴출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런 결과로 분석한 바와 같이 1만 톤~2만 톤 규모의 선박을 생산하던 중소조선사가 빠르게 퇴출되면서, 우리나라가 해당 시장을 빠르게 상실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대로 1970년대의 호황과 20년 이상 지속된 시장 침체를 경험했던 대형 조선업체들은 2000년대 이후 설비확장 투자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진행했다. 고정설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드라이 도크를 신설하기보다 기존 도크의 부분 확장, 혹은 플로팅 도크 활용, 단기적으로 비용이 더 소요되지만 중장기 부담이 적은 육상건조 방식의 채택, 메가/기가 블록의 아웃소싱, SKID 공법, 수중용접 방식의 댐공법 등이 동원되었다.
뉴캐슬대학교의 폴 스톳(Paul Stott) 박사도 시황변동성에 대비해 고정자산과 인적자산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선례로 우리나라 조선사의 플로팅 도크를 통한 임시적 고정자산 강화와 외주를 통한 인적자산의 한계극복을 들고 있다.
전망을 보면 앞으로는 대규모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대응이 당장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마트친환경선박으로 시장이 바뀌면, 우리가 시장을 잃어버린 벌크선이나 중소 유조선, 컨테이너선의 탈환도 가능할 수 있다. 기술력 우위에 있는 우리나라 조선사에 LNG연료추진선의 주문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전망은 현재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가정했기 때문에, 스마트친환경선박으로 구조변화가 급격히 발생하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시장을 갑자기 많이 찾아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변동성에 대비한 전략이다.
한편 대형조선사 중심으로 대형선박 및 고기술 선박 위주의 수주는 시장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유조선 시장은 파나막스와 화학제품 운반선(Chemical Tanker)을 제외하면 시장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다른 초대형 선박은 시장의 변동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금융위기 이전 초호황으로 인해 높았던 선종별 시장 변동성은 금융위기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낮아졌으나, 초대형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 벌크선의 경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측면이 있는데 이는 규모가 작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 핸디급 유조선, 핸디급 벌크선, 피더급 컨테이너선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조선산업 건조량 전망은 상대적으로 시황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7. 변동성 대응 정책과제
(1) 적정 규모에 맞춘 강건한 생태계 구축
조선산업의 중장기 비전과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적용해 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기자재, 중소조선, 설계 및 엔지니어링, 해운 등 연관 생태계가 강건하게 버텨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부문별 맞춤형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형급 이하 조선업체들이 대부분 구조조정되고, 유가 급락 이후 해양사업의 부실화로 대형 조선업체들도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진행하면서 국내 조선 생태계 기반이 많이 취약해졌다. 기자재, 설계 및 엔지니어링 등 조선산업의 직접 생태계도 조선산업에 맞추어 적정 규모 유지를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왔으나 안정화 및 적정 규모에 맞춘 가동의 효율화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조선산업이 글로벌 시장의 질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재도약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자재, 설계 및 엔지니어링, 중소 조선, 해운 등의 국내 생태계도 안정적 발전 기반이 다시 조성될 전망이다. 이러한 국내 생태계 부문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조선산업과 선순환적 발전을 지속해 나갈 때 조선산업은 물론 생태계 각 부문별 혁신도 가능할 전망이다.
(2) 중장기 비전과 발전방안 설정
조선산업의 타깃시장인 세계조선시장의 중장기 변동성 폭이 크고 깊기 때문에 침체시기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조선산업의 비전과 발전방안을 제시하고 이에 맞춘 산업 규모의 유지, 그리고 부가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산업 전반의 미래기술 트렌드를 겨냥한 R&D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시장의 선종별 전망과 우리의 경쟁력을 감안한 국내 조선산업의 적정 규모를 산정하고 이를 반영한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비전의 현실화를 위해 산업 전반의 역량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R&D 추진, 정책금융의 조성과 적용 등의 정책수단을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적정 건조 규모의 유지, 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화 및 제품구조의 고도화가 진행될 경우 중장기 변동성에 의해 초래되는 양적 구조조정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초호황 시기에 일본의 조선산업이 양적 확대를 지양한 결과 오히려 시장 침체시기에 초대형컨테이너선의 수주 및 건조를 위해 도크 확장을 추진한 사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3) 중장기 전망과 경쟁력 분석의 정례화 및 장기적인 전문가의 육성
조선산업의 중장기 전망은 조선 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정보이기 때문에 중장기 전망을 일회성 작업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1년, 혹은 2년을 주기로 정례화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조선, 해운, 금융, 협회 등 관련 기관의 공조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참여기관의 협조하에 ‘조선산업 중장기 전망위원회(가칭)’를 조직하고 전망작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선산업 전망은 ‘극도로 부정확’하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하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전망을 뛰어넘는 AI, 빅데이터 등 새로운 분석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에서 가용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와 전문가의 육성은 다양한 조직에서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폴 스톳(Paul Stott) 박사는 30년 주기의 시장 폭등은 두 가지 원인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수주 잔량으로 문제가 발생해도 시스템에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사이클이 너무 길어서 전문가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대형조선소가 과거의 장기불황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초호황기에 비교적 양호한 대응을 했던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 30년 주기의 시장 폭등은 관련된 종사자들이 은퇴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폴 스톳 박사가 언급한 것과 같이, 급격한 불황에 놓이면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선박금융부서를 없애기 때문에 경력자와 경험이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 비단 금융쪽만이 아니라 조선 관련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핵심적인 기획과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30년 후에는 거의 은퇴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전문가를 유지하고 육성하는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