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한·중 조선산업 조달경쟁력 분석과 조선기자재산업 발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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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29회 작성일 24-09-19 15:13본문
1. 들어가며
중국 조선업은 세계 선박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며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었다. 2023년 중국 조선업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60%를 수주했고, 세계 최다 선박 생산국으로서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또한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 건조 실적을 다수 확보한 데 이어 풍부한 내수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전 세계 대형LNG운반선 발주의 32%인 55척을 수주하며 질적인 성장도 이루었다.
이러한 중국 조선업의 발전은 우리나라 조선업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 우리나라와 경쟁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한국 조선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해서는 중국 조선업의 변화된 상황을 고려해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친환경·디지털 전환이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조달 부문인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조선업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선박 건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조달 부문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핵심기자재 확보와 관련되어 선박 품질, 원가, 생산 효율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래선박인 무탄소·자율운항 선박에 필요한 소재와 핵심기자재를 생산하는 조달부문의 생태계 강화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한·중 조달 부문 경쟁력의 비교·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KOMEA)의 회원사 자료, 한국무역협회(KITA)의 수출입통계 자료 및 전문가 FGI를 통해 한국 조선업의 조달 부문 현황과 경쟁력을 파악했다. 조선업의 조달 부문은 선박에 투입되는 다양한 부품들을 포괄하는 방대한 산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선박에 투입되는 모든 부품을 포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 연구에서는 선가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기자재인 강재, 엔진 및 기기·장비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2. 한국과 중국의 조선기자재산업 현황
(1) 한국
장기간의 국산화 노력을 통해 국내 조선사에서 사용하는 기자재 대부분은 국내에서 조달된다. 우리나라 조달 부문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조선기자재 업체가 다수 존재해 풍부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핵심기자재인 메인 엔진은 만에너지솔루션(MAN Energy Solution), 윈터투어가스앤디젤(Winterthur Gas & Disel)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통해 현대중공업(HHIEMD), 한화엔진, STX중공업, STX엔진 등에서 라이선스를 통해 생산한다. LNG운반선, LPG운반선,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 대부분의 선종에서 우리나라 엔진의 시장점유율이 높다.
그 외에도 각종 의장 설비, 화물창용 설비, 펌프, 공조기 등 기자재를 국내 업체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발주처인 선사의 요구에 따라 고기술·고신뢰가 필요한 일부 품목은 해외에서 조달되기도 하는데, LNG운반선용 극저온 펌프나, 항해통신 장비와 같이 고기술·고신뢰를 요구하는 제품의 경우 유럽과 일본에서 조달한다.
한편 우리나라 조선업은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대형조선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자재 생태계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기자재인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MS)와 황산화물 제거 스크러버(Scrubber)의 경우 환경규제 도입 초기 우리나라와 유럽의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했고,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중공업 그룹 외에도 파나시아, 테크로스 등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자율운항 선박에서도 선박용 통신 장비를 생산하는 인텔리안테크나, 삼영이엔씨와 같은 주요 기업들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부족한 내수시장과 공공시장 규모로 인해 기자재 국산화 및 상용화 기회가 적다는 약점도 있다. 엔진과 같은 일부 기자재는 원천기술 부족으로 해외 기업에 의존하는데, 원천기술을 보유한 다국적기업이 우리나라와 협력해 신제품을 개발한 후 경쟁국에 보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한편 장기간 이어진 조선업 침체로 가격경쟁력이 중요하거나 범용선박에 많이 사용되는 기자재의 경우 생산량이 감소하며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KOMEA) 회원사는 2019년 기준으로 제조업 평균보다 종업원 수는 많으나, 자본금,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낮고, 부채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나 경영 악화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KOMEA 회원사의 매출액은 조선사의 수주 회복, 선가 및 물가 상승으로 2018~2022년에 연평균(CAGR) 23.1% 성장했다. 이 중에서도 의장과 전기전자 분야는 각각 연평균 30.8%, 26.7%로 성장했는데, 의장과 전기전자 분야는 타 산업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KOMEA 회원사의 인력은 2016년 이후 감소하였으나, 2019년부터 회복하여 2022년에는 3만 3,135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엔진-기계 부문의 인력은 지속해서 감소했고, 의장과 선체 부문은 2018~2022년 각각 연평균 1.5%, 3.5% 성장에 그쳐 매출액이 증가했음에도 인력 증가는 제한적이었다.
전기전자와 기타 부문의 인력 증가가 두드러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선산업과 관련된 부문은 매출액 증가에도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 KOMEA 회원사의 수출은 매출 증가에도 2019년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는 기자재 업계가 확대되는 내수에 우선 대응했거나, 경쟁국의 기자재 공급 능력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 영향으로 판단된다.
(2) 중국
중국 조선업 역시 국산화를 통해 기자재 대부분을 자국 내에서 조달한다. 하지만 중국의 조선기자재산업은 원천기술 부족 등으로 중국 기업에서 생산이 어려운 기자재는 다국적기업과 협력을 통해 생산하므로 중국 브랜드 비중이 작은 특징이 있다.
2014년 JETRO의 중국 30개 조선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자국 내 생산품을 사용한 비중이 84.22%이나, 중국 브랜드는 46.44%2)에 불과해 자국 생산품이라고 하더라도 약 38%가 합작사 또는 중국 내 다국적기업 제품이었다. 또한 선주사의 요구에 따라 자국 내에서 조달이 어려운 핵심 기자재 일부를 한국, 일본 그리고 유럽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2016년 이후 조선산업 장기불황 시기에도 중국 조선기자재산업은 정부의 기자재 국산화 정책 추진과 방대한 내수시장을 토대로 꾸준히 성장했다. 중국은 과거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범용기자재를 대량 생산해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최근에는 기술력이 필요한 핵심기자재를 국산화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 핵심기자재 및 설비 자체 조달을 추진하고 있는데, 바이 차이나(Buy China) 제도를 통해 정부 사업에서는 반드시 자국산 제품을 이용하도록 하여 자국산 기자재의 탑재율을 높이고 있다.
한편 2016년에는 메인엔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WinGD사를 인수하여 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선박용 엔진은 중국 역시 선박용 대형엔진에서 MAN-ES와 WinGD의 라이선스를 통해 생산하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9~2022년 건조된 벌크선 중 65.1%가 중국산 메인엔진을 채택했는데, 중국은 벌크선 시장에서 물량 우위를 통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시장 우위를 통해 자국산 기자재 탑재율을 높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에는 LNG운반선에서도 중국의 엔진 채택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자국의 LNG운반선을 건조하면서 엔진과 LNG가스연료공급시스템(FGSS)과 같은 핵심기자재의 국산화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환경 기자재에서도 중국은 성장하고 있다. 특히 황산화물 제거 스크러버(Scrubber)와 밸러스트수처리장치(이하 BWMS) 시장에서도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2023) 자료에 따르면 2019년도에는 스크러버와 BWMS의 주요 기업 중에 중국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나, 2023년 기준으로 스크러버는 2023년 상위 10개 기업 중 중국 기업 2개(Qiyao Environ, Zhejiang Energy Marine)가 포함되었고, BWMS는 2023년 상위 10개 기업 중 3개사(SunRui, Qingdao Headway, Brightsky)가 중국 기업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파라발(Alfa Laval)과 같은 곳은 중국 공장에서 BWMS 생산도 진행하고 있으므로 중국은 자국 기업의 생산을 통한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다국적기업과 협력을 통해 자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3. 한중의 주요 조선기자재 교역과
경쟁력 분석 및 협력 관계
(1) 주요 조선기자재 교역 변화
조선기자재의 교역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박용 엔진, BWMS, 선박용 전동축에 대해 한중의교역 특징과 변화를 살펴보면, 먼저 우리나라는 중국의 주요 선박용 엔진 공급국으로 중국이 수입한 선박용 엔진의 50~60%가 한국산이다.
반면, 우리나라 선박용 엔진 수출은 80% 이상이 중국에 편중되어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2011년 이후 중국의 선박 생산량 감소와 중국의 국산화 영향으로 한국의 엔진 수출 규모는 큰 폭으로 감소한 이후 낮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BWMS는 IMO 환경규제 도입으로 인해 2017년부터 신조선, 2019년 이후 현존선에 장착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며 급격히 성장한 품목이다. 초기에는 우리나라와 선진국이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에 중국의 대한국 수입의존도가 2015년에는 7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 심화로 수입이 다변화되며 중국의 수입에서 한국산 BWMS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까지 하락했다. 2022년에는 59%로 회복됐지만, 전반적인 수입 규모는 감소했다. 중국 BWMS 국산화 성과는 수출액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중국 BWMS 수출은 2019년 이후 2022년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2017년 이후로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주요 수출 품목이 됐다.
선박용 전동축(캠샤프트와 크랭크샤프트)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주요 수출품으로 2011년 이후 대중국 수출은 일정 규모를 유지했는데, 2019년 43%였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7%까지 하락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선박용 전동축 수입은 2010년 이후 급감했으나, 2019년 이후 증가 추세이며, 특히 중국산 수입 비중이 2022년에 53%까지 증가했다. 비록 우리나라 선박용 전동축 수출은 수입보다 많아서 무역수지 흑자 품목이지만, 대중국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하여 대중 무역수지는 소폭의 흑자를 겨우 유지하는 상황이다.
(2) 한·중 조달 부문 경쟁력 분석과 협력 관계
산업연구원에서 수행한 조달 부문 경쟁력 분석 결과 현재로서는 가스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조달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앞서지만, 5년 후에는 중국 조선산업의 빠른 추격으로 경쟁력에 차이가 없을 것으로 평가되었다.
우리나라 조선사는 가스운반선 중심의 편중된 포트폴리오로 인해 건조 물량이 감소하며 기자재 생태계 약화가 우려되는 반면, 중국은 정부의 국산화 정책 추진과 풍부한 내수를 바탕으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LNG운반선이나 스마트선박의 주요 기자재를 제외하면 한·중 간 격차는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가스운반선도 중국 조선사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LNG연료공급시스템과 동적위치확인시스템(DP) 등 새로운 기자재에 대한 국산화가 진행되면서 중국 조달 부문 생태계는 강화되고 있다.
또한 5년 후에는 중국이 수주한 미래형 선박인 대형 LPG운반선, 암모니아운반선, LCO2 운반선 등을 생산하며 기술 격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자율운항선박, 친환경 기자재와 같이 IT 및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어야 하는 분야에서만 우리나라의 기술적 우위가 소폭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쟁 심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범용 기자재 부분에서의 협력을 유지하는 한편 친환경 기자재의 대중 수출 확대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이 경쟁력을 갖춘 범용기자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우므로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기자재에 대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대중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이외의 국가와 협력 구축이 필요하지만, 조선산업과 마찬가지로 조선기자재산업은 한·중·일을 제외하면 찾기 어렵기 때문에 대체 역시 어렵다. 따라서 일부 범용기자재, 선체 블록 등에 대해서는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같은 공급망 충격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4.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 발전 방향
대중국 경쟁이 심화되고 선박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지금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나라는 선박기자재 주요 수출국으로서 중국의 선박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중국 조선기자재산업이 성장하면서 양국 관계는 협력에서 경쟁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 조선기자재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양질의 생태계를 바탕으로 중국보다 뛰어난 조달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부족한 내수·공공시장과 영세한 조선기자재 업체 규모가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풍부한 내수시장과 국산화 정책으로 주요 기자재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높은 중국 수입의존도는 공급 차질,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조선업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와 중국 의존도 완화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 선박의 친환경·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친환경기자재에서는 암모니아 추진 엔진, 수소 엔진, 수소 화물창, 선박 에너지 저감장치(ESD) 등을 자율운항 선박 기자재에서는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 통신시스템, 선외지원시스템, 선박 사이버 보안 시스템 등 기존 선박에 탑재되지 않았던 장비와 기자재가 나타나고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형조선사는 암모니아/LPG 운반선 41척 중 35척을 수주했고, 디지털 전환에서도 자율운항선박을 실증하는 등 선박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어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은 친환경·디지털 기자재의 개발과 실증에 유리한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조선기자재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하는 한편, 국내 공급망을 유지·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래형 선박에서 요구되는 친환경·디지털 핵심기자재 생산 기업을 다국적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 속에서 우리나라 조달 부문은 친환경·디지털 기자재 업체인 인텔리안테크, 삼영이엔씨, 파나시아, 테크로스 등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들을 갖추고 있고,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주요 조선사가 우리나라에 위치하여 기자재 개발과 실증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자율운항, 선박자동화시스템, 에너지 저감장치 등 핵심기자재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미래형 선박에 필요한 기자재를 파악하는 한편, 우리나라 조선기자재 업체의 약점을 보완하고 조선사와 기자재사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영세한 조선기자재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충분한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 국제표준에 대응해야 하는 조선산업의 특성상 영세한 기자재 업체가 투자자금 확보, 국제표준·인증 획득, 마케팅, 글로벌 A/S 등을 포괄하는 세계시장 대응 역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기자재 업체가 국내 주요 조선사와 협력을 통해 개발한 국산 기자재탑재율을 제고하여 충분한 실적(Track Record)을 축적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으로 기업 수준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원천기술 연구와 공급망 위협에 대한 대책 마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가 확보하지 못한 극저온 기자재 실증, 항해통신장비, 친환경 엔진기술, 전기추진기술 등의 원천기술은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분야이다. 또한 공급망 충격에 대비하여 국내 생산 기반 유지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과거 조선업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주요 선진국들은 바르질라(Wartsila), 만에너지솔루션(MAN Energy Solutions), 안슈츠(Anschutz)와 같은 다국적 조선기자재 업체를 보유해 지금까지도 조달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조선산업의 수주 환경은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을 강화하기에 적절한 시기이다. 선주사인 해운사는 A/S나 호환성 측면에서 새로운 기자재의 채택을 꺼려하겠지만, 우리나라 조선사는 풍부한 수주 잔량을 바탕으로 선별적인 수주를 지속하면서 교섭력이 높아졌다. 국산 기자재를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를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의 도약 기회로 삼아야 한다.
■ Contact: 산업연구원 www.ki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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